NYT, 이민자 범죄율·인플레이션·에너지 자립 관련 발언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승리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 대통령이 경선 승리 선언 연설에서도 거짓 주장을 남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당선되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에너지 자립을 위해 유정을 파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며, 국가채무를 갚고 감세하겠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20분간의 승리 선언을 통해 후임자인 조 바이든 정부의 이민, 경제, 에너지 정책 등을 비판하면서 거짓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에 의존했다고 꼬집었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을 공격하며 자신이 집권했을 당시 "517마일(832㎞)의 국경 장벽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세운 국경 장벽은 458마일(737㎞)인데, 이는 대부분 기존 구조물을 대체하거나 보강한 것이고 새롭게 건설된 장벽은 47마일(약 7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와의 국경 길이는 1천900마일(3천58㎞)이 넘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국경에 걸친 장벽을 건설하고 멕시코가 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이날 바이든 정부에서 "이민자 32만5천명이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며 "이것은 그들이 국경 개방을 원한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주장했다.
이 수치는 이민 제한을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 '이민 연구 센터'가 지난해 총 32만 명의 이민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허가받아 미국으로 입국했다고 발표한 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트럼프 정부 시절 도입한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 정책인 '42호'를 폐지하면서 국경 지대 경비를 강화하고 망명 신청을 앱으로 사전에 받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앱으로 허가받은 뒤 입국한 것은 불법이 아닌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이들이 밀입국한 것으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NYT는 비판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의 도시들이 이민자 범죄로 들끓고 있다. 이것은 바이든 이민자 범죄다"라며 "새로운 범죄의 범주이고 폭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당연히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시에는 2022년 4월 이후 17만명의 이민자가 들어왔지만 전체 범죄율은 그대로였다고 NYT는 전했다.
경제와 관련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인플레이션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발언이라고 NYT는 반박했다.
미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집권기 물가상승률은 낮긴 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CPI)로 측정된 물가상승률은 2% 안팎을 유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감세 후 훨씬 더 많은 수입을 거뒀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집권 당시인 2017년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낮춘 바 있다.
그러나 NYT는 이 법인세 감세가 정부 수입을 늘리지 못했으며 오히려 정반대로 국가 부채를 연간 1천달러 늘린 것으로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에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감세 혜택을 받았다"는 과거 자신의 주장도 반복했으나, 이는 1981년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안 등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3년 전만 해도 우리는 에너지 자립(independent)이었으나 지금은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미국은 2020년 70년 만에 석유 순수출국이 됐고 계속 그 지위가 유지됐다.
미국은 트럼프 집권 당시와 마찬가지로 현재 하루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와 기타 석유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순수출국이란 수출이 수입보다 많다는 뜻이므로, 수입이 많아도 수출이 그보다 더 많으면 순수출국이 될 수 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8개월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는 아무도 잃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언급하는 전투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18개월은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에 걸쳐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그는 아프간에 "우리는 850억달러 상당의 아름다운 새 장비를 남겨두고 왔다"고 말했지만, 이 액수는 철군 당시 남겨두고 온 장비의 가치가 아니라 지난 20년간 미국이 아프간 안보에 지출한 총액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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