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육성·불법이주 단속 등 공약…이해상충 논란·극우 득세는 걸림돌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최초의 여성 행정부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을 위한 '예선전'을 무난히 통과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중도우파 성향 유럽의회 정치그룹인 유럽국민당(EPP) 전당대회에서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이하 선도 후보)로 확정됐다.
지난달 EPP 일원인 독일 기독민주당(CDU) 후보로 선발된 데 이어 6월 유럽의회 선거 캠페인을 이끌 EPP 선도 후보로 최종 낙점된 것이다.
이날 단독 후보로 추천된 그는 전당대회 투표에서 전체 유효 투표 수 489표 가운데 400표(81.8%)의 찬성 몰표를 받았다.
다만 전당대회 대의원이 총 801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투표 참가 비율은 약 60%대에 그쳐 예상보다는 높지 않았다.
EU 차기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다 득표를 한 정치그룹의 선도 후보가 맡게 될 가능성이 커서 큰 변수가 없는 한 폰데어라이엔의 연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EPP가 최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계속해서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독일 국방장관으로 재직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19년 11월 1일 임기 5년의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임기 초반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앞세웠다. 현 집행부의 녹색산업 전환을 위한 입법 패키지인 그린 딜(Green Deal)이 대표적이다.
'폰데어라이엔 2기'는 국방정책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장기화로 유럽 각국의 무기가 고갈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재선 가능성에 따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부 갈등에 대한 우려가 유럽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전당대회 연설에서 "우리는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유럽은 더 많이, 효율적으로 지출해야 하며 유럽산을 더 많이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연임 성공 시 차기 집행부에 장관급 직책인 국방담당 집행위원을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연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최다 득표 정치그룹의 선도 후보를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우선 검토하는 현행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4년 이후 연임 사례가 없어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
현직 집행위원장 업무와 선거 유세 간 경계가 모호하고 다른 정치그룹 후보들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인 만큼 이해상충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약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극우 정치세력도 또 다른 변수다.
EPP가 최다 득표를 하더라도 집행위원장 임명이 확정되려면 최종적으로 유럽의회 720명 구성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지원, 환경규제 등에 회의적인 극우 세력이 의회에 대거 입성할 경우 이들의 선택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그가 이날 연설에서 농민 이익 보호, 불법 이주 단속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5년 전과 달리 기후정책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19년 당시에는 EPP 선도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EU 정상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사실상 '낙하산' 후보로 추대됐다.
이후 의회 투표에서는 9표 차이로 가까스로 과반 요건을 채워 임명되는 등 선출 과정이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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