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의 재대결 확정 후 국정연설서 대선 '민주 대 반민주 대결' 규정
부자증세·낙태권 보장 거론하며 대선 전략으로 '진보 색채' 강조
"트럼프는 푸틴에 머리 조아렸지만 난 굴복안해"…올해도 北 언급 안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강병철 김동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대선의 해' 국정연설에서 대권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뒤 "민주주의 수호"를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리턴매치가 확정된 다음 날인 이날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1시간 8분간 행한 집권 1기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이번 대선을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 구도'로 상정하며 본선을 향한 출정식으로 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미국이 처한 국내외적인 상황을 "자유와 민주주의가 공격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방침을 밝혔다.또 바이든 대통령은 "내 전임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는 푸틴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지도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면서 "나는 푸틴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의회에서 막혀있다고 지적한 뒤 "의회에 말한다. 우리는 푸틴에 대항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를 촉구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로 시선을 돌려 "1월 6일(2021년 1월6일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과 2020년 선거에 대한 거짓말, 그리고 선거를 훔치려는 음모는 남북전쟁 이후 우리 민주주의에 가장 큰 위협이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의 선거 결과 불복 및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에 비판의 날을 세운 것으로 풀이됐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내 전임자와 여러분 중 일부(공화당 극우 성향 의원들)는 1월6일의 진실을 묻으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위협은 남아 있으며 민주주의는 지켜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를 쓰고 있다"며 집권 1기 동안 1천500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인플레이션 및 실업률 완화 등의 성과를 강조했다.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에 맞서 미국이 자신의 임기 중에 이미 '위대한 컴백'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내 목표는 대기업과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정당한 몫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연방 적자를 3조 달러(3천985조 원) 더 줄이는 것"이라며 부자증세를 공약했다.
특히 그는 법인세 최저세율 현재 15%에서 21%로 인상을 비롯해 대형 제약회사와 석유회사, 전용기, 대기업 임원 급여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종료 등을 밝힌 뒤 "공화당은 사회보장제도를 삭감하고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줄 것이나 나는 사회보장을 보호·강화하며 부유층이 정당한 몫을 지불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등 연설 자리에 초청된 외빈 중 노조 관계자들을 특별히 거명하며 "월가가 이 나라를 만든 것이 아니라 중산층이 이 나라를 만들었고, 노조가 중산층을 만들었다"고 역설했다.
사회 정책과 관련해서도 여성의 낙태권 보장, 기후변화 대응 등을 강조하며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선명한 대치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임신 6개월까지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재작년 대법원에서 폐기된데 대해 "미국인들이 만약 내게 '선택의 권리'를 지지하는 의회를 만들어 준다면 나는 '로 대 웨이드'를 이 땅의 법률로서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확정된 상황에서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중산층과 진보 표심에 호소하는 정책을 선거 전략으로 펼쳐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실정'으로 공격받는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 국경통제 강화 입법에 협조할 것을 공화당에 촉구했다.
동시에 '이민자들이 조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나는 이민자들을 악마화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에 입국한) 가족 구성원을 떼어 놓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과 관련,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에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임시 항구를 가자지구 해안에 건설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통해 매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의 양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 "이스라엘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병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재차 강조했다.
작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후 친이스라엘로 치우친 정책이 기존 지지층 일부의 표심 이탈이라는 역풍을 몰고 온 데 따른 위기 의식이 이번 중동 관련 언급에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미군을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을 원하지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맞서고 있으며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태평양에서 인도, 호주, 일본, 한국, 도서국 등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활성화했다. 나는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의 무기에 사용될 수 없도록 확실히 했다"고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파상 공세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연설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푸틴은 바이든을 존중하지 않아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강력해진 것은 내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1·6 사태 비판에 대해 "바이든이 이른바 '폭도'라고 부르는 이들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대선을 조작당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대선 패배가 사기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공화당의 반박 연설자로 나선 케이티 브릿 상원의원(42·앨라배마)은 "우리가 본 것은 내가 산 기간보다 실제로 더 오래 정치를 한 '직업적 정치인'의 연기였다"며 "우리의 군 통수권자는 지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세계는 안절부절하고 쪼그라든 지도자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비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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