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한국송환 결정 뒤 미 법무부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
애초 은닉재산 추적·피해변제 두고 한미 신병확보 경쟁 관측
미 변호사 "이번 결정 웃음거리"…최대피해국·수사 전문성 항변 기류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이도연 기자 = 미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법원이 당초 결정을 번복,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데 대해 미국으로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관련 국제·양자간 협약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도형)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개인이 법치의 적용을 받는 것을 보장하는데 있어 몬테네그로 당국의 협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앞서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이날 기존 권씨의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달 21일 미국 송환 결정이 난지 15일 만이다.
항소법원은 당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밝혔다.
다만 몬테네그로 검찰의 항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향배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미 법무부가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송환 문제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의 이번 결정은 권도형 씨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권 씨의 변호인들은 관련 범죄에 대한 형량이 높은 미국 대신에 한국으로 권 씨가 송환되는 것에 대한 선호를 표현한 바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앞서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미국 연방법원에서 지난해 11월 기소돼 유죄평결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3월 선고공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00년형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상화폐 업계 변호사들도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몬테네그로 법원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메릴린치 변호사 출신인 테런스 양 스완 비트코인 전무는 미국이 특히 FTX처럼 굵직한 가상화폐의 파산에 연루된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기소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결정을 '웃음거리'(a travesty)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미국은 아마도 숫자와 금액 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보유한 나라"라며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무죄판결을 받거나, 우스꽝스럽게도 가벼운 형량이 선고될지 모를 한국으로 권도형을 송환하기로 한 몬테네그로 법원의 결정은 다소 '터무니없는(ridiculous)'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며, 한국과 미국 검찰 모두 권씨를 사기 및 증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양국 사법당국이 권씨 신병 확보를 둘러싸고 쟁탈전을 벌이는 것은 그의 은닉재산을 찾아 자국 피해를 먼저 변제하려는 실리적인 이유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피해를 본 한국내 투자자는 28만명, 피해 규모는 3천억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작년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달러의 암호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뱅크먼-프리드 역시 권도형 대표를 기소한 뉴욕 맨해튼 연방 법원에서 재판에 회부된 바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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