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스니스트리아 이어 가가우지아도 러시아에 도움 요청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동유럽 소국 몰도바가 친러시아 지역들의 독자 행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몰도바 남부의 자치지역 가가우지아 수장 예브게니아 구출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기 하루 전 일이다.
구출은 러시아 소치 인근 시리우스에서 열린 세계청년축제 현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잠시 만나 '몰도바 당국의 불법 행동'을 언급했다.
그는 몰도바 당국이 가가우지아의 예산을 제한하고 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불안을 조장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가가우지아의 자치권과 주민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튀르키예계 소수민족 가가우즈족이 사는 가가우지아는 1990년대 몰도바로부터 독립을 추진했었다. 2014년에는 러시아 등과 관세 동맹을 맺을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98%의 찬성률을 기록하는 등 분명한 친러시아적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5월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구출이 당선됐을 때 산두 대통령은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산두 대통령은 구출을 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법령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몰도바의 친러시아 정치인 일란 쇼르는 7일 러시아 로시야24 방송에서 구출이 러시아에서 몰도바에 도착하면 체포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출도 몰도바 검찰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체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출은 8일 몰도바 공항에 도착했을 때 체포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는 몰도바의 적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방향에서 친구가 돼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공항을 떠났다.
산두 대통령의 몰도바 정부는 가가우지아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몰도바를 불안케 한다는 입장이다.
알렉산드루 무스테아타 몰도바 정보보안국장은 지난 6일 "러시아는 올해 몰도바 대선과 EU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방해하려고 전례 없는 수준의 하이브리드 공격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U 가입 등 친유럽 노선을 내세운 산두 대통령이 올해 말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할 예정인 가운데 친러시아 세력이 소셜미디어에서 시위를 조장하는 등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몰도바 동부 국경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지난달 28일 "몰도바 정부에 경제 봉쇄를 당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무스테아타 국장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가우지아도 곧 시위를 벌이는 등 몰도바의 친유럽 행보를 방해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8일 "올해 몰도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산두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고, 구출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싸움이 시작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서방과 러시아가 어느 후보에게 베팅할지는 명확해졌다"며 "선거 운동은 뜨겁고 지정학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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