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위대 "사립대는 부유층 대상 학위 장사"
정부 "해외 유출 인재 귀국 유인…공립대 비효율 개선"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무상교육의 나라' 그리스에서 8일(현지시간) 의회의 사립대 도입 법안 표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표결을 앞두고 수도 아테네 중심부의 신타그마 광장에선 경찰 추산 약 1만3천명의 대학생이 의회를 향해 행진하며 교육 개혁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립대 도입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소수를 위한 교육은 안 된다. 모두를 위한 무상 교육"이라고 외쳤다. 시위대 일부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나왔다.
시위 도중 일부 대학생은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를 벌여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새 법안은 사립대에서 취득한 학위를 공립대 학위와 동등하게 인정하고 해외사립대 캠퍼스를 유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 법안이 공립대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사립대의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는 학생이 소외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이라클리스 마리노풀로스는 "부유한 학생들은 더 낮은 성적으로도 사립대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냥 돈을 내고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는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며 무료로 제공한다'는 헌법 제16조 2항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사립대가 설립되지 않았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올해 1월 사립대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교육 개혁안을 발표하자 대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9주째 시위를 벌여왔다.
그리스는 2010∼2018년 재정위기로 청년 인재가 대거 해외로 떠나는 '두뇌 유출' 사태를 겪었다.
이에 해외 대학을 유치해 수만명에 달하는 유학생을 고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우수 인재 유치와 함께 공립대의 관료주의로 인한 비효율성과 비능률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들과 경쟁할 사립대 도입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학생이 집을 떠나지 않고도 국제적인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도 존재하는 것을 설립하려고 한다"며 "슬프게도 우리는 쿠바와 더불어 고등교육을 국가가 독점하는 아마도 마지막 국가"라고 했다.
의회는 이날 저녁 표결에 들어간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이 전체 300석의 의석에서 158석을 장악하고 있어 통과가 유력하다.
야당은 사립대가 도입되면 안 그래도 부족한 공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제1야당인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소크라티스 파멜로스 원내대표는 그리스의 교육 관련 예산은 7.1%로 유럽연합(EU) 평균인 9.6%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EU는 학생 13명당 강사 1명이지만 그리스는 학생 47명당 강사가 1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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