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에 '전향적 만남' 필요하다 말해"…가자정책 간극에 좌절감 묻어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5개월 동안 가자지구를 상대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베냐민 네탸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저격하는 듯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꺼진 줄 알았던 마이크에 생생하게 잡혔다.
이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자, 가자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 간 커지는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 미국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이 마이클 베넷(민주·콜로라도) 상원의원 등과 대화하던 도중 네타냐후 총리를 거론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베넷 의원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우려에 대해 이스라엘에 계속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을 (다른 곳에) 전하지 말라"면서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에게 당신과 나는 '예수 앞으로 나아가는 만남'(come to Jesus meeting)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라고 답했다.
'컴 투 지저스'(come to Jesus)란 누군가가 기독교인이 되는 과정처럼 그동안의 과오를 고백하고, 새롭게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는 '전향'(轉向)의 의미를 내포한 표현이다. '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말한 직후 근처에 있던 보좌관은 귀에 대고 마이크가 아직 켜져 있음을 알리는 듯 속삭였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핫 마이크(hot mic,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말하는 것)였다"며 "좋네요.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강경한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으로, 그가 가자전쟁을 둘러싸고 네타냐후 총리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데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음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점차 악화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억제해야 한다는 국내외적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7일 국정연설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선제 기습한)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군에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임시 항구를 가자지구 해안에 건설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통해 매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의 양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계산에서 이뤄진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AFP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해진 연설을 벗어나 네타냐후 총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로 삼았는지는 불분명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이스라엘 야당 대표를 만나면서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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