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변동성 커졌지만 판매 독려…ELS 판매·관리 전반적 부실

입력 2024-03-11 10:00  

주가 변동성 커졌지만 판매 독려…ELS 판매·관리 전반적 부실
부적합 투자자에 팔거나 대리 가입, 서류 변조 등 불완전판매 속출
금융당국 책임론도 나와…판매 규제 개선 논의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 검사에서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서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대책에도 불완전판매 논란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사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검사가 마무리된 만큼 고위험 상품에 대한 판매규제 관련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지수 ELS 판매사에 대한 검사 결과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 대리 가입, 고령자 보호 소홀 등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
은행 등 판매사들은 글로벌 주가지수 변동성이 큰 시기에 영업 목표를 상향 조정하거나 판매한도를 확대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고, 판매시스템을 부적절하게 설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A은행은 2021년 영업목표 수립 시 자산관리(WM)수수료 중 신탁수수료 목표를 전년 예상실적 대비 56.9% 상향 설정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했고, B은행은 2021년 1분기 중 두 차례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실적 데이터를 회사 게시판에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별 영업점의 판매과정에서는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거나 대리 가입, 서류 변조 등 불완전판매가 속출했다.
특히 고령 투자자 대상으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 3월 A은행 판매직원은 87세 투자자 B씨의 투자 성향 분석 과정에서 "예금을 선호하는 것으로 체크하면 가입이 안 되므로 가입할 수 있도록 투자성향을 상향했다"고 임의로 안내했다.
같은 해 6월 C은행 판매직원은 87세 투자자 D씨가 청력이 약해 '들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겠다'고 얘기했는데도 '이해했다'고 답할 것을 반복해 요청했다. '중도해지수수료'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해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라고 왜곡해 설명했다.
E은행 판매직원은 배우자를 대신해 방문한 고객 F씨에게 ELS 재가입을 권유하면서 명의자 본인의 가입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기존에 제출돼 유효기간이 지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일자를 변조해 가입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불완전 판매가 반복된 데에는 금융사의 소비자 보호 소홀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11월 해외 금리연계 DLF의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하자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고강도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DLF 사태에서는 투자자 2천870명이 손실을 봤고, 전체 판매액은 1조원, 손실금액은 4천24억원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가 넘는 '고난도 금융 상품'에 대해서는 은행에서 아예 팔지 못하게 했다.
당초 개선안에는 은행이 고위험 사모펀드, 신탁을 판매할 수 없게 했으나, 당국은 은행들이 투자자 보호 강화 노력을 전제로 대표적인 지수 연동형 공모 ELS에 대해서는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허용했다.
해당 지수에는 코스피200·S&P500·유로스톡스50·니케이225와 함께 홍콩 H지수가 포함됐다. 이중 H지수는 다른 지수 대비 변동성이 높아 리스크가 크고 쿠폰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ELS 판매가 H지수 연계 상품에 집중되는 단초가 됐다.
작년 12월 말 기준 금융권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8조8천억원이다. 홍콩H지수가 2월 말 현재 지수인 5,678 수준을 유지하면 올해 총 5조8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판매 규제 개선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국은 고위험 상품을 '거점 점포' 등 일부 창구에서만 판매를 허용하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은행에만 고위험 상품 판매를 맡겨놓으면 불완전 판매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위험 상품 판매 후 다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해피콜'처럼 다시 한번 확인한다든지 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형식적인 법규는 많이 갖춰져 있는데 실질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충실했는지 부분은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며 "제도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나 영업 관행 영향도 있어 병행해서 보완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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