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로 1분당 컨테이너 1대 처리…항만 한쪽엔 '수소파크' 조성
수소 생산·분해·수입·운송한다…"유럽의 '수소 심장'될 것"
(로테르담=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현지시간 지난 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스블락테에 위치한 APM 터미널.
푸른색의 겐트리 크레인들이 분주하게 컨테이너를 잡아 올렸다. 마치 인형뽑기 기계 속 인형이 들어 올려지듯 육중한 컨테이너가 가뿐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APM 터미널에서는 머스크사의 컨테이너선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육지로 옮겨진 컨테이너를 야적장으로 운반하는 일은 로봇이 수행했다. 컨테이너를 하나씩 등에 업은 무인 유도 차량(AGV·Automated Guided Vehicle)이 크레인 밑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AGV가 옮겨놓은 컨테이너는 무인 스태킹 크레인(ASC)에 의해 오와 열을 맞춰 야적장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때 컨테이너는 철도, 트럭, 바지선 등 2차 운송 수단과 출고 시점 등에 맞춰 배치된다.
곧장 출고된다면 다른 컨테이너보다 위쪽에, 한참 뒤 출고된다면 보다 깊숙이 넣어두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APM 터미널은 최대 1분당 1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다.
컨테이너 출고 작업도 자동화로 이뤄진다.
트럭 운전사가 터미널에 진입해 컨테이너를 싣고 빠져나가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고작 25분이다. 운전사가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기만 하면 크레인이 알아서 야적장에서 컨테이너를 찾아 트럭에 실어준다.
각 컨테이너에 대한 정보는 네덜란드 항만 커뮤니티 시스템 '포트베이스'(Portbase)를 통해 관리된다. 항만 데이터와 컨테이너 데이터를 실시간 통합 관리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항만 운영을 돕는다.
이곳 APM 터미널은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문 연 완전 자동화 터미널이다. 통상 안벽 크레인, 스태킹 크레인, 부두 내 이송 장비 등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터미널을 완전 자동화 터미널이라고 부른다.
마틴 반 오스턴 로테르담 항만청 홍보담당관은 "전체 작업의 95%가량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바람 등 환경에 따라 컨테이너를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컨테이너의 고정장치를 해제하는 작업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계가 투입된다.
AGV의 배터리 교체 작업도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AGV가 배터리 차징 스테이션으로 이동하면 로봇이 5분 만에 배터리를 교체한다. APM 터미널에는 총 74개의 AGV가 작동 중이다.
물론 이 모든 항만 시스템은 종합관리센터에 있는 직원들이 직접 정비·관리·조종한다.
오스턴 홍보담당관은 "비무인화 터미널에 70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면 무인화 터미널에도 550∼600명의 직원이 근무해 사실상 인력이 크게 줄지 않는다. 일의 종류가 달라졌을 뿐 여전히 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스턴 홍보담당관은 자동화 터미널의 최대 강점을 '친환경성'으로 꼽았다. 그는 이 터미널을 '탄소배출 없는 터미널'이라고 소개했다. 전체 터미널이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본 로테르담 항만은 무인화·자동화를 넘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로테르담 항만청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는 수소다.
오스턴 홍보담당관은 "로테르담이 유럽 전역에 수소를 나르는 '수소 심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이 건설 중인 수소 발전소의 부지를 가리키며 "그들은 글로벌 항만 중심지인 이곳에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발전소는 오는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YNAPHOTO path='AKR20240311000400003_04_i.jpg' id='AKR20240311000400003_0701' title='로테르담 마스블락테Ⅱ 수소 파크' caption='[촬영 이승연]'/>
셸의 수소 발전소가 지어질 수소 파크는 마스블락테 지역 안에서도 바다와 가장 가까운 마스블락테Ⅱ에 마련됐다. 일부 건물 뼈대가 들어섰지만 아직은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로테르담 항만청이 쉘을 비롯해 다양한 파트너사와 추진하고 있는 수소 프로젝트는 총 8개다.
항만청은 수소를 직접 생산할 뿐 아니라 암모니아를 수입·분해해 유럽 전역에 공급할 파이프라인과 각국의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심해 저장시설에 묻기 위한 수송관도 설치 중이다.
이처럼 수소 생산, 분해, 수입을 통해 2050년까지 2천만t의 수소를 운송한다는 것이 항만청의 목표다.
오스턴 홍보담당관은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걸 활용해야 한다"며 "수소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라고 말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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