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가, 40석 안팎 확보…'과반 없는' 의회서 캐스팅보트 예약
유럽의회 선거 영향은 '글쎄'…유럽 내 돌풍 끝자락일 수도
美언론 "'기득권 정치의 오물 청소' 외치는 트럼프 연상되기도"
(파리·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서혜림 기자 = 포르투갈 총선에서 나타난 극우 정당 셰가(Chega)의 급부상은 유럽 전역에 퍼진 기성정치 거부의 연장선으로 관측된다.
1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의회 선거가 거의 모두 집계된 상황에서 셰가는 18.1%를 득표해 전체 230석 가운데 40석 안팎의 의석을 예약했다.
이는 창당 첫해인 2019년 총선에서 1석, 2022년 총선에서 12석을 얻은 데 이어 세 번째 총선 만에 보여준 뚜렷한 도약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중도 우파 사회민주당(PSD)과 중도 좌파 사회당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세계의 위상은 물리적 의석수 이상으로 더 높아졌다.
셰가는 앞으로 연립정부에 참여해 새로운 정권을 만드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하거나 법안 추진 등에서 '캐스팅보트'를 던질 수도 있다.
셰가는 법률가이자 전직 축구해설가로 사회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하던 앙드레 벤투라가 탈당해 2019년 4월 창당한 정당이다.
포르투갈어로 '이제 그만해'(enough)라는 뜻을 가진 셰가는 기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을 파고들면서 지지세를 확장해왔다.
수십 년간 정권을 번갈아 잡은 사회당과 사회민주당에서 잇따라 권력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민심 이반이 심화하자 이를 자신들의 정치적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나아가 이민, 안보 등 사안에서 극우적 정책을 추구하고 젠더 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셰가는 기성 정치권에 불만을 크게 품은 청년층의 마음을 파고든 것으로 전해진다.
포르투갈 베이라 인테리어 대학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셰가의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는 약 59만 명으로 전체 정당 계정의 팔로워 수(약 210만 명)의 30%를 차지했다.
사회당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측근의 부패 스캔들로 사임하는 바람에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도 셰가는 '부패 청산'을 주요 화두로 내세웠다.
벤투라는 라디오 선거 캠페인 광고에서 '나는 부패에 반대하고 정실주의에 반대하는 급진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이제 양당 체제는 끝났다"고 포르투갈 정치의 지각변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셰가의 급부상은 유럽 내 극우 확산 움직임을 볼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탄생했고, 그해 프랑스에서도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총선에서 하원 577석 가운데 89석을 차지해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4월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연합당은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그리스 총선에서도 극우 성향의 소수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도 극우 자유당이 1위를 차지했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당원 가입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유럽 내 난민 유입이 급증하며 반난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고, 물가·금리 상승 등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민족주의·포퓰리즘 열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유럽 내 극우 돌풍은 올해 6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포르투갈 총선에서 셰가의 선전이 유럽의회 선거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포르투갈이 EU 내에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평가되고, '극우 돌풍' 역시 다른 인접국보다 늦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른 곳들에서 이미 실현된 현상이 포르투갈에서 뒤늦게 나타난 만큼 포퓰리스트 득세의 끝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다.
미국 언론들은 유럽의 극우 득세 분위기를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자국의 상황에 견줘 주목했다.
CNN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상하는 것처럼 여러 유럽 국가에서 우경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치 부패를 청산할 수 있다는 벤투라의 약속은 미국 정치 엘리트들의 오물을 청소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언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