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이상 여성만 출입 허용하는 과정에 몸싸움
요르단강 서안 곳곳도 이스라엘 급습에 긴장 고조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되면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뉴스통신 '와파'(WAFA)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저녁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무슬림(이슬람교도) 수백명의 진입을 막았다.
목격자들은 이스라엘 병력이 알아크사 모스크 정문에서 라마단 첫날 기도를 하려고 모인 젊은 무슬림 남성들의 접근을 막고 40세 이상 여성만 출입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와파는 이스라엘군이 지난 다섯 달 동안 알아크사 모스크를 포위하면서 진입을 통제해왔으며 예루살렘 주민들이 라마단 기간 기도하는 것을 막으려고 추방 명령을 수십건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이날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크사 모스크 입구에서 예배하러 모인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며 게시한 동영상을 보면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크사 모스크 입구에서 사람들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공격을 받은 사람들이 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 영상에 대해 "정치 지도부가 내린 지시에 따라 템플마운트에서 예배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고 안전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이스라엘의 제한으로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알아크사 모스크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알아크사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와 더불어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힌다.
특히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이슬람·유대교 공동 성지인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샤리프)에 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자주 발생해왔다.
대표적으로 2000년 9월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반이스라엘 민중봉기)는 당시 야당인 리쿠드당 지도자이자 총리 후보였던 아리엘 샤론이 알아크사 모스크를 도발적으로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라마단을 앞두고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알아크사 모스크에 모일 것을 촉구하면서 폭력 사태의 우려가 고조됐다.
하마스 대변인 아부 우다이바는 9일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라마단 기간 팔레스타인 안팎의 모든 전선에서의 대결과 시위, 알아크사 모스크를 향한 집결 등을 촉구했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도 같은 날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이 자유와 독립을 다시 얻을 때까지 이스라엘과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희생시키면서 라마단 기간 가자지구에 다시 불을 지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하마스가 라마단 기간 알아크사 모스크의 폭력 사태를 계기로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종전 압박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알아크사 모스크뿐 아니라 다른 팔레스타인 지역들도 긴장에 휩싸였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10일 요르단강 서안의 툴카렘, 나블루스 등 여러 곳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급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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