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심의에 언론통제기관 전락" vs. "법에 따라 공정하게 심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부정적 보도를 표적 심의하면서 방심위가 언론통제기관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김유진 위원)
"법에 따라 정당하고 공정한 심의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류희림 위원장)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김유진 위원이 법원의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복귀한 가운데 11일 열린 방심위 전체 회의에서는 예상대로 여야 간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이날 회의에는 여권 류희림(윤석열 대통령 추천) 위원장과 황성욱(국회의장 추천) 상임위원, 김우석(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추천), 문재완(윤 대통령 추천), 이정옥(윤 대통령 추천), 허연회(국회 과방위 추천) 위원과 야권 김유진(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 윤성옥(국회 과방위 추천) 위원이 참석해 여야 6대 2 구도로 진행됐다.
김유진 위원은 방심위 올해 업무계획과 예산 의결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은 "업무계획에 '시사 보도 프로그램과 관련해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혼동케 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심의하겠다'는 부분은 표적, 정치 심의를 합리화하는 것이고, 통신심의규정 개정 관련은 최근 대통령 풍자 영상을 무분별하게 제재한 데 대한 더 구체적인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원인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부분은 류 위원장에게 제기된 청부 민원 의혹을 민원인 보호라는 프레임으로 바꾸고 내부 고발을 단속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류희림 위원장은 "대통령 가짜영상의 경우 경찰에서 삭제 요청한 22개 중 하나만 '가상으로 꾸며본'이라는 제목이고 나머지는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으로 누가 봐도 진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보였다. 이걸 풍자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라 다 마무리가 된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방심위원들은 MBC TV '12 MBC 뉴스'와 'MBC 뉴스데스크'의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자막 논란' 보도를 놓고도 언쟁을 벌였다. 결론은 여권 우위 구도에서 '과징금 부과'였다.
윤 대통령은 2022년 9월 미국 방문 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00O 0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고, 이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담겼다.
MBC는 이를 보도하며 '국회' 앞에 '(미국)' 자막을, '안 00O 0000' 부분을 '안 해주면 바이든은'이라고 자막을 달았는데, 대통령실은 '안 해주고 날리면은'이라고 말한 것이고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1심에서 법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음성 감정에서도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명확하지 않아 MBC의 보도가 허위라고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유진 위원은 "대통령 발언 중 가장 문제가 된 건 '바이든' 관련 부분이 아니라 비속어다. 방송사들이 대통령이 쓰지도 않은 비속어를 쓴 것처럼 왜곡하지 않은 이상 다소 부정확했다고 해도 지금처럼 엄청난 왜곡 보도처럼 다룰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윤성옥 위원은 "9개 사 보도가 MBC 보도와 큰 차이가 없는데 MBC는 과징금이고 어떤 곳은 주의"라며 "내용 수정과 사과한 점을 반영했다는데 방송사가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지면 되지 (방심위가) 사과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마찬가지로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반면, 김우석 위원은 "외교적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게 국익인데, MBC 보도 행태는 국익과 굉장히 거리가 있다"며 "방심위가 민간 독립기구이지만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만 얘기할 수는 없다. 공영방송이 사과도 정정도 안 하는 상황에서 제재 수위를 줄여줄 명분이 없다"며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류희림 위원장은 "방심위가 사과나 정정보도를 지시한 적은 없다"며 "방송사가 후속 조치를 했다고 통보해온 것을 감안해 결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비슷한 보도를 한 YTN[040300] '더뉴스 1부'에 대해서는 '관계자 징계', OBS TV 'OBS 뉴스 0'와 JTBC 'JTBC 뉴스룸'에 대해서는 '주의'를 결정했다. 모두 법정 제재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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