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中 어선 3척 대만 6해리까지 진입…대만 해경이 퇴거 조치
압박 수위 높이는 中…양회서 대만 평화통일·'92공식' 삭제해 무력 의지 과시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대만 당국이 자국으로부터 12해리(22.2㎞) 이내에 중국 선박과 항공기가 침범할 경우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자유시보,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전날 입법원(국회)에 출석한 바이훙후이 국방부 부부장(차관)은 유엔 헌장 제51조에 따라 적의 항공기와 선박이 12해리 영해와 그 상공의 영공에 진입하면 세계 모든 국가가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만도 그렇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제법상 12해리는 영해와 영공을 규정하는 수역이고 24해리(44.4㎞)는 접속수역으로서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만 영해·영공에 적의 군함 또는 군용기가 침범하면 먼저 퇴거를 요청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자위권 차원의 공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 부부장의 이런 답변은 중국 함정과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무력시위에 대한 판단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지난주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중국군이 선을 넘을 경우 선제공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자유시보가 전했다.
중국군은 2022년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사실상 침공을 염두에 둔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한 데 이어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해 중간선 침범을 상시화했다.
양안(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최소 131㎞, 최대 180㎞ 폭의 대만해협이 있으며,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후 1955년 미 공군 장군이었던 벤저민 데이비스가 양안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해 그 중간선을 비공식 경계선으로 선언했으나, 점차 무력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아울러 지난달부터 자국 민간 항공기들이 대만해협에 더 근접한 항로를 사용토록 허가함으로써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이전엔 대만해협 중간선으로부터 서쪽으로 11㎞ 떨어진 이른바 절충 항로를 썼으나, 이제는 중간선에서 불과 7.8㎞ 거리의 M503 항로와 중국의 푸저우시·샤먼시로부터 M503 항로와 가로로 연결되는 W122·W123 항로를 개설한 것이다.
또 중국은 지난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에 대만 관할의 양안 최전방인 진먼다오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 전복 사고를 빌미 삼아 부근 해역을 '상시 순찰'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1시께(현지시간)에는 대만 먀오리현 6해리(11.1㎞) 부근까지 중국의 300∼500t급 어선 3척이 진입했고 이에 대만 순찰선이 급파돼 퇴거 조치했다고 대만 해경이 밝혔다.
대만 내에선 영해·영공 침범의 경우 자위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오는 5월 20일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리 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그 이전까지 대만과 관련해 써오던 '조국평화통일프로세스'(祖國和平統一進程) 대신 평화를 삭제한 '조국통일대업'이라는 표현을 써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 결의문에 단골로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九二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 준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빠져 대만을 겨냥한 대만의 강경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jinbi100@yna.co.kr,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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