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 "샤오메이친, 방미 후 개인자격으로 유럽도 방문"
중국 반발 수위에 대해선 전문가 관측 엇갈려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홍제성 기자 = 친미·독립 성향 대만 집권 민진당 소속 부총통 당선인의 5월 취임 전 미국 방문설이 대두된 가운데, 미국 유력지가 해당 방미 일정이 이번 주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해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샤오메이친(영어명 비킴 샤오) 부총통 당선인이 이번 주에 워싱턴DC을 '조용히 방문'(a low-profile visit)할 예정이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샤오 당선인은 2020년 중반부터 지난해 말까지 주미 대만 경제문화대표부(TECRO) 대표를 지냈다. 주미 대만 대표는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가 없는 미국에서 실질적인 대사 역할을 하는 자리다.
소식통들은 "그가 라이칭더 당선인과의 선거 캠페인에 합류하기 전 두고 온 짐을 챙기기 위해 워싱턴으로 개인적인 여행에 나섰다"면서 그곳에서 미국 관리들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오는 5월 20일 취임을 앞둔 샤오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 구성원들과 새 대만 정부의 어젠다를 논의할 계획"이라는 소식통들의 전언도 소개하면서 "워싱턴 방문 이후 개인 자격으로 유럽의 주요국 수도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만에서는 일부 매체는 "샤오 당선인이 취임식 이전에 미국을 비밀리에 조용히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또 다른 매체는 "비서 및 국가안보 요원과 함께 이미 미국을 방문, 뉴욕에서 친지와의 만남 등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하는 등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다만 대만 당국은 샤오 당선인의 방미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대만 총통부와 외교부는 언론 보도에 관해 확인을 거부했고 민진당 대변인도 "개인 일정"이라고만 언급했다.
이는 다분히 중국 당국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방문하더라도 개인 자격으로 최대한 비공개로 방문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만을 반드시 수복해야 할 영토로 간주, 대만 관계자들이 타국과 교류하는 것을 반대해온 중국은 특히 대만 고위인사의 미국 방문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중국은 4년 전인 2020년 1월 차이잉원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당선된 당시 라이칭더 부총통 당선인의 미국 방문에 반발해 인민해방군 공군을 투입해 대만에 대한 위협 비행에 나서는 등 무력시위를 했다.
당시 라이 당선인은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연례 국가 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미 백악관을 방문해 미국 관료들과 70분간 회담했다.
민진당의 천관팅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라이 총통 당선인이 이미 (4년 전) 선례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샤오 당선인의 방미가 의외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중국이 어느 정도 반발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GMF)의 양안 관계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WSJ에 "중국은 샤오 당선인의 방문을 조용히 유지하려는 대만과 미국의 노력에 감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샤오 당선인의 미국, 유럽 방문에 대해 "오랫동안 대만을 지역 문제로 유지하려고 노력해 온 중국 지도부를 여전히 화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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