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칸유니스 병원 작전중 가혹행위"…영, 철저 조사 촉구
이스라엘 "정보 얻으려고 간단히 심문했을 뿐"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전쟁 중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대형 병원에서 이스라엘군(IDF)이 팔레스타인인 의료진의 옷을 벗기고 무릎을 꿇리거나 반복적으로 구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BBC 방송은 12일(현지시간) 지난달 중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세력의 잠입을 의심하고 진입한 나세르 병원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이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해 온 의사 아메드 아부 사바는 1주일 넘게 구금됐고 이스라엘 군인에게 여러 차례 맞아 손이 부러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의료진 2명도 수일간 갇혀 있었으며 구타와 찬물 세례를 당하거나 몇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15일 칸 유니스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대형병원인 나세르 병원에 인질들이 억류돼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군사작전을 단행했다.
BBC가 그 이튿날인 지난달 16일 병원에서 촬영된 것이라면서 보도한 영상에서는 속옷 하의만 입은 남성들이 응급병동 앞에 줄지어 손을 머리 뒤로 올린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병원 관리인인 아테프 알후트 박사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한 사람은 얻어맞았다"며 "그들은 이런 치욕스러운 자세로 사람들을 2시간가량 방치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들은 속옷 바지만 입은 채로 군용차량에 태워져 병원 밖으로 이동했는데 군인들이 막대기나 호스, 총 개머리판, 주먹 등으로 구금된 사람들을 때렸고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아부 사바 박사는 다른 건물로 옮겨져 갇혔던 동안 입마개를 쓰기도 했고 부러진 손에 깁스했을 때는 군인들이 그 위에 이스라엘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그려 넣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병원 직원 5명의 경우에는 연락이 두절됐다고 그 가족들이 전했으며, 국제적십자사(ICRC)도 나세르 병원에서 일하고 있던 가족이 실종됐다는 전화가 수십 통 걸려 왔다고 BBC에 말했다.
이 방송은 이스라엘군에 이들의 주장을 상세하게 전달하면서 질의했으나 이스라엘군은 구체적인 답변은 없이 "구금된 사람에 대한 어떠한 학대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BBC에 "그들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 심문을 위해 데려갔지만 수갑도 채우지 않았다"며 "병원에 있었던 인질이나 하마스 지휘관들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간단한 심문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미첼 영국 외무부 개발·아프리카 담당 부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이번 의혹에 대한 의원 질의를 받고 "완전하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이 필요하다"며 "외무부는 이 문제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과 설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AI) 영국의 사샤 데시무크 대표는 이같은 외무부의 입장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스라엘 당국이 신뢰성 있게 자체 조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장관들은 순진하거나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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