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식물이 얼어 죽지 않고 다음 해를 맞이할 수 있었던 비결을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식물 유전자는 남극의 계절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환경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남극세종기지 주변은 여름철에도 평균 기온이 0∼6℃에 불과해 일반적인 식물의 최적 성장 온도 15∼25℃에 미치지 못하고, 강한 바람과 자외선으로 식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이유로 비교적 생존 능력이 뛰어난 이끼와 지의류 등이 남극 식물 생태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극지연구소 이정은 박사 연구팀은 2015년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에서 1년간 매달 남극낫깃털이끼(Sanionia uncinata)를 수집해 남극 계절 변화에 따른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극 이끼는 계절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가 기능하면서 환경에 적응했다. 겨울에는 휴면 상태를 촉진하는 유전자를 발현해 생장과 대사를 중지했다가 여름철에 생명 활동을 재개하는 전략으로 환경적 제약을 극복한 것이다.
극한 스트레스 환경에 특화한 이끼의 휴면 조절 능력이 특히 두드러졌다. 식물 휴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앱시스산이 휴면 시작 시점과 휴면의 길이를 정하는 조절자로 작용했다. 여름철 큰 일교차와 강한 자외선에 대응하기 위한 항산화 유전자 발현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남극의 계절 변화에 따라 남극 다년생 이끼의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델을 제시해 이끼의 적응전략 규명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인 '포스트 극지유전체 프로젝트: 극지 유용 유전자 발굴을 위한 기능유전체 연구'와 '환경변화에 따른 남극 육상생물의 생리 생태반응 규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생태학 저널('Plant, Cell, and Environment' 3월호)에 실렸다.
이정은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극 식물의 극한 환경 적응 전략은 수백 년을 이어온 남극 식물 고유의 독특한 유전자원에 기인한다"며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남극 식물이 어떻게 다시 적응하고 변화할지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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