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25년새 최대 임금 인상…중공업·전기 업체도 노조 요구 수용
"작년 웃도는 4% 이상 상승 확실시"…일본은행 총재 "커다란 포인트"
(서울·도쿄=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박상현 특파원 =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의 주요 대기업들이 노조의 대폭적인 임금 인상 요구를 속속 수용하고 있다.
이는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례 없는 금융완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블룸버그와 교도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도요타는 자동차와 전기 업체 등이 일제히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놓는 이른바 '집중 회답일'인 이날 1999년 이후 지난 25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을 희망한 노조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요타 노조는 월 급여 최대 2만8천440엔(25만3천원) 인상과 사상 최대 규모의 보너스 지급을 요구해 왔다.
블룸버그는 도요타가 일본 대기업 임금 추세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이번 인상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정책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에 일본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재계 지도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을 거듭 요구해 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로 인한 생활용품 가격 인상으로 일본의 가계들은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닛산도 월 평균 임금을 1만8천엔(16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현행 임금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인 혼다와 마쓰다는 지난달 이미 임금을 전년도보다 더 올려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혼다는 노조 요구보다 높은 5.6%를 올려주면서 1990년의 6.2%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마쓰다도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6.8% 인상하기로 했다.
일본제철도 이날 기본급 인상액을 노조 요구액보다 많은 월 3만5천엔(31만2천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NEC도 기본급 인상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해 월 1만3천엔(11만6천원)에서 1만8천엔(16만원) 사이의 임금 인상을 제안했다.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春鬪)에서 1993년 이후 최대인 5.85%의 평균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렌고는 15일께 첫 번째 임금 협상 결과를 집계해 발표할 예정인데, 이는 오는 18∼19일 일본은행의 차기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회의 결과를 부분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금융정책 변경과 관련해 "현재 본격화하고 있는 춘투 동향은 커다란 포인트가 된다"며 향후 발표될 임금 인상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참의원에서 "강력한 임금 인상 움직임이 중소기업에 퍼질 것인지가 과제"라며 "정책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은 일본은행에 일임하고 있다"면서도 "(일본은행이) 정부 정책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노조 간 협상 결과, 올해 임금 인상 폭이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본은행이 다음 달까지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마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지난해를 웃도는 4% 이상의 임금 상승이 확실시된다"며 "이러한 흐름이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쳐 오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인지가 초점"이라고 짚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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