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임원들, 2주전 앱 금지 임박한 위험 없다고 본사에 보고"
가자전쟁으로 '친팔 동영상' 증가에 법안 동력 얻어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미국에서 강제 매각 위기에 처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경영진이 직전까지만 해도 미 의회에서 규제안이 이렇게 빨리 힘을 얻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주 전 틱톡 미국 사업부 임원들은 싱가포르 본사로 건너가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에서 틱톡이 금지될 임박한 위험이 없다고 보고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임원은 틱톡에 대한 '정치적 바람'이 진정됐다고 보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캠프가 틱톡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나서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틱톡 미국 사업부 임원들은 미국으로 돌아온 뒤 며칠 후 자신들이 오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 의원들과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이 틱톡을 금지하거나 중국인이 아닌 사업자에게 강제 매각하는 내용의 새로운 법안을 조용히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는 이달 7일 틱톡의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완전히 매각하기 전에는 미국의 앱 스토어에서 틱톡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바이트댄스는 165일 내로 틱톡을 매각해야 한다.
틱톡은 미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약 1억7천만명이 사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이 틱톡을 여론 조작 도구로 사용해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의원들이 지난주 법안 추진 계획을 공개했을 때 법안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틱톡 측을 놀라게 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틱톡 내부에서 일부 윗선은 의원들이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많은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틱톡 측은 사용자들에게 법안 저지를 위해 의원들에게 전화하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지만, 오히려 일부 의원들의 분노만 산 것으로 전해졌다. 추 쇼우즈 틱톡 CEO는 이번 주 의원들과 만나 법안 저지 로비에 나설 계획이다.
WSJ은 "이 법안은 워싱턴과 실리콘밸리의 '중국 매파 연합'이 틱톡을 억제하기 위해 1년 이상 노력한 결과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틱톡 동영상에 대한 분노로 인해 법안이 새로운 동력을 얻은 측면이 있다고 WSJ은 짚었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소속 제이컵 헬버그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이 틱톡에 대한 압박의 전환점이 됐다고 WSJ에 말했다.
그간 틱톡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틱톡에 게시된 동영상들이 이스라엘을 묘사하는 방식과 반(反)유대주의 콘텐츠 증가에 우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친(親)팔레스타인 해시태그가 달린 동영상이 친이스라엘 해시태그가 있는 동영상보다 조회수가 훨씬 더 많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틱톡은 특정 이슈의 어느 한쪽을 다른 쪽보다 홍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WSJ은 전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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