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소식통 인용 보도…"우크라전 대러 제재 관련"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국내 세관 당국이 석유화학 업계를 대상으로 러시아산 나프타 우회 수입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석유화학업체들이 구매한 화물의 실제 원산지가 어디인지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나프타가 주요 조사 대상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산 나프타가 제3국산으로 '라벨 갈이'를 한 뒤 국내 업체들에 공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산 원유·연료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실시 중이며,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지만 G7의 대러시아 제재를 지지해왔다는 게 블룸버그 설명이다.
국제무역센터(ITC) 트레이드맵 자료를 보면 한국은 2022년 7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 나프타로 분류하는 물질을 포함한 품목(HS코드 270112)과 관련해 러시아산 수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당국은 국내 석유화학 대기업 가운데 최소 한곳을 포함해 여러 업체를 조사하고 있으며, 무역상사 트라피구라 측과도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측은 조사에 대해 알고 있으며 진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공정거래위원회·관세청 등 당국과 트라피구라 측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주요 공급처였던 이란·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 제재로 나프타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업계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후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을 늘렸고, 원자재 정보 업체 케이플러 집계를 보면 우크라이나전쟁 전인 2021년에는 러시아산 공급 비중(26%)이 아랍에미리트(UAE·14%)와 인도(11%)에 앞서는 1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의존도는 UAE(31%)·알제리(12%)·인도(10%) 순이었고 러시아 의존도는 4%로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미국의 대러 제재와 국내 당국의 조사 강화 등을 의식한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산 직접 수입을 피하고, 튀니지·UAE·싱가포르 등에 대한 의존도를 늘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한국이 튀니지로부터 전체 나프타 수입의 2%를 공급받은 데 대해 특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튀니지에는 소형 정제공장 한 곳만 있어 나프타 공급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집계방식에 따르면 지난해 튀니지산 나프타 수입은 전년의 2배 이상인 580만 배럴을 기록, 1992년 집계 시작 후 최대였다. 2021년의 경우 튀니지산 수입은 전무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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