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AI 반도체주 등 상승 기여…美증시 과열부담·물가불안 상존
향후 전망 엇갈려 "추가 상승 동력 충분" vs "2,700 안착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코스피가 14일 종가 기준 2,718.76을 기록, 근 23개월 만에 2,700을 넘어서면서 박스권 돌파 기대가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극대화한 유동성으로 인해 증시에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피는 2021년 7월 6일 3,305.21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0년 10월 2,200대에서 수직 상승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50%가량 폭등한 결과다.
그러나 코스피는 이후 상승세가 꺾였고, 마지막으로 2,700을 넘긴 것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1년 11개월 전인 2022년 4월 22일의 2,704.71이었다.
이후로도 지수는 2022년 9월 30일 2,155.49까지 낮아지는 등 2,100대에서 2,600대를 오르내리며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지수가 2,669.81을 기록하며 2,700 고지를 눈앞에 뒀으나 이내 다시 미끄러지며 1월 17일에는 2,435.90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이 무렵 공개된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구상이 증시의 반등을 이끌었다.
금융위원회는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 토론회에서 상장사 주가의 저평가 현상을 극복하고 시장 평가 제고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에 투심이 즉각 반응했다.
1월 18일까지 5일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정책 의지를 확인한 19일부터 '사자'로 태도를 급전환했다.
1월 19일 이후 2월 말까지 외국인은 25일간 매수가 매도를 앞질렀으며, 순매수 우위였던 날은 3일뿐이었다.
2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액은 7조8천86억원으로, 월간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정부 정책의 수혜주로 꼽힌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은 이 기간 연일 상승세를 탔다.
대표적으로 보험, 증권 등 금융주, 자동차, 지주사, 그리고 전기가스 등 종목들이 한 달 남짓 기간 만에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 이상 급등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시총 합계가 100조원을 넘어서며 합산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3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말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부 방안을 공개한 뒤 저PBR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종목별, 업종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됐으나, 5월 2차 대책 발표가 예정돼 있어 기대감은 살아 있다.
이후 저PBR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반도체주 등이 상승 동력을 제공했다.
미국 증시에서 AI(인공지능)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연일 급등하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가 코스피를 떠받쳤다.
여기에 저PBR주에 가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바이오주, 우주방산주, 이차전지주 등이 번갈아 순환매 장세를 연출했고 외국인 수급도 꾸준히 유입되면서 지수는 하방 경직성을 보였다.
그러나 향후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박스권을 뚫고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는가 하면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번 2,700 고지 탈환이 향후 장기적인 우상향의 '신호탄'이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엔비디아,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시 최대 관심사인 금리인하 경로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오는 20~21일에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은 2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물가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외국인 수급이 많이 개선됐고 향후 전망도 괜찮아 보인다"며 "세계적으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고 위험선호 심리도 크다. 상승 동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황이 나쁘지 않다. 미국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2분기까지 상승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이미 많이 올라온 것도 사실이어서 금리인하 이후로는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중국 실물 지표 발표와 미국 FOMC를 통해 중국 경기와 미국 금리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등락이 엇갈릴 것"이라며 "2,700선 안착은 쉽지 않고 단기적으로 쉬었다 갈 가능성이 크다. 2,800선으로 가는 그림은 하반기쯤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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