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갱단의 무장 폭력으로 혼란에 빠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치안 상황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대규모 아이티 난민 발생에 대비해 쿠바 관타나모 만의 시설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티에서 약 320km 떨어진 관타나모 만에는 수년간 아이티나 인근의 다른 나라들에서 탈출한 주민들을 수용하고 처리하는 이민자 센터가 운영돼 왔다.
미 정부가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는 곳과는 별개인 이 센터는 2010년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인들의 유입에 대비해 정비했던 곳이기도 하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교도소와 관공서를 겨냥한 갱단의 공격으로 무법천지로 변한 아이티에서 대규모 난민 발생이 예상되자 관타나모 만의 이민자 센터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티 난민들은 바다를 통해 미국 남부 플로리다 상륙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럴 경우 미 당국은 해상에서 억류한 난민들을 관타나모 만 시설로 이송해 처리하거나 송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CNN에 "우리는 경제·정치·안보적 불안정이 전 세계 이민자들의 주요 동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우리 국경에 도달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경로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DHS) 대변인도 "아이티 상황을 살피고 국무부 및 국제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카리브해를 통한 비정상적 이주 흐름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도 의회에 "아이티로부터의 잠재적인 대량 이주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티에서는 이달 초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최대 규모의 교도소를 공격해 경찰과 교도관들을 살해하거나 부상을 입히고, 약 3천500명의 수감자를 탈옥시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갱단은 또 국제 공항과 주요 항구, 경찰서 최소 12곳을 습격하고 거리 시위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아리엘 앙리 총리가 사의를 밝혔지만 소요 사태는 수습되지 않고 있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갱단은 현재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또 갱단의 폭력과 소요 사태로 30만명 이상의 주민이 살던 집을 떠나 난민 신세가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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