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선거 전략…"유권자들에게 명확히 입장 밝히는게 나아"
민주당 연일 낙태 이슈 띄우기…해리스, 미네소타 낙태병원 방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공화당이 올해 11월 하원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받는 낙태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을 상대로 정면 대결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자체적으로 입수한 공화당 하원 선거 캠프의 내부 메모를 근거로 공화당이 올해 "낙태에 대해 더 말하라"는 선거 전략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리처드 허드슨 전국 공화당 의회 위원회 의장은 이번 주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하원 정책회의에서 낙태 문제와 관련해 여성에게 공감을 표하고 상식적인 해결책을 논의하며 민주당의 '극단주의'에 대해 반격할 것을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허드슨 의장의 선거 전략 메모는 하원 선거 후보들이 낙태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유권자들에게 명확한 입장을 밝히려 하지 않는 것이 최악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화당 후보들이 낙태에 대해 실제로 여러 입장을 갖고 있고 특히 경합주에서 그렇다며, 많은 유권자는 공화당 후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낙태를 반대하는 것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허드슨 의장의 이런 권고를 뒷받침하려고 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고 WSJ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임 고문을 지낸 켈리언 콘웨이가 60여개 하원 지역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3분의 1 정도는 공화당이 모든 낙태의 불법화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민주당이 무조건 낙태를 찬성한다고 여기는 응답자 비율도 비슷하게 나왔다.
유권자들은 일반적으로 낙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얘기하면 민주당 후보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게 공화당의 판단이다.
공화당의 이런 선거 전략은 최근 수년간 낙태 문제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긴 흐름을 뒤집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공화당은 2022년 하원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민주당에 간신히 승리했는데 여기에는 낙태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그해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의 결정 권한을 주(州)로 넘기는 판결을 했다.
1973년에 나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임신 6개월까지 낙태권을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낙태 문제가 2022년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은 올해도 대통령 선거와 하원 선거 등을 앞두고 연일 낙태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4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한 낙태 수술 병원을 방문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바이든 행정부가 낙태 수술 접근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강조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낙태 병원을 방문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해리스 부통령실이 전했다.
미네소타주에서는 낙태에 대한 제한이 없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네소타주에서 7% 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의 병원 방문 일정을 전하며 "낙태권 이슈가 그들의 재선 전략에서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낙태 이슈를 내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공개한 영상 광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의 선택권을 뺏으려고 하지만 자신은 낙태권을 법으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틀 전인 7일 의회 국정연설에서는 "미국인들이 만약 내게 '선택의 권리'를 지지하는 의회를 만들어 준다면 나는 '로 대 웨이드'를 이 땅의 법률로서 회복시킬 것"이라며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대선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숀 해니티와 한 인터뷰에서 낙태 금지 시점과 관련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나는 점점 더 15주에 대해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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