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력 해외 파견 '위헌' 결정으로 실현 미지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갱단의 무장 폭력으로 무법천지가 된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 경찰을 파견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루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아이티 최근 상황을 브리핑했다며 "블링컨 장관에게 아이티의 치안 회복을 위해 유엔이 지원하는 다국적 경찰을 이끌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블링컨 장관은 전화 통화에서 아이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곧 과도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라고 알려줬다"며 "합의된 절차에 따라 과도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케냐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케냐 외무부는 지난 12일 아이티에 경찰 1천명을 파견하는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케냐 외무부는 "아이티에 근본적인 상황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행정부가 구성되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케냐가 주도하고 유엔이 지원하는 다국적 안보지원단의 아이티 임무 개시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미국이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루토 대통령이 케냐 경찰의 아이티 파견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국내법상 가능한지는 불확실하다.
케냐 고등법원은 지난 1월 정부의 아이티 경찰 파견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정규 경찰력을 국가 밖으로 배치할 권한이 없다"며 "케냐와 아이티 사이에 아무런 협정이 없는 점도 위헌 사유"라고 판단했다.
이후 케냐 정부는 지난 1일 앙리 총리의 나이로비 방문을 계기로 경찰의 아이티 파견을 위한 상호 협정을 체결했으나 이후 사임 의사를 밝힌 앙리 총리는 국내 소요 사태로 푸에르토리코에서 귀국도 못 하고 있다.
실제 케냐 경찰이 파견되더라도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케냐와 프랑스와 크리올어를 사용하는 아이티의 언어 차이 탓에 제대로 치안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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