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도서 지구궤도에 도달해 비행했으나 목표지점 낙하엔 실패
"대기권 재진입 동안 불탔거나 바다에 추락해 분해됐을 수 있어"
NASA "성공적 시험비행"…언론 "스타십 개발 과정에 큰 이정표 달성"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달·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14일(현지시간) 세 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에서 궤도 도달에는 성공했지만, 낙하 도중 분해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스페이스X는 이날 오전 8시 25분(미 중부시간)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 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을 발사했다.
스타십의 시험비행은 우주비행사가 탑승하거나, 위성과 같은 화물이 적재되지 않은 무인 비행이었다.
스페이스X는 발사 전 30분부터 온라인으로 이번 시험비행 과정을 생중계했다.
발사 후 하늘로 날아오른 스타십은 계획대로 3분가량 지났을 때 전체 2단 발사체의 아래 부분인 '슈퍼헤비' 로켓이 상단 우주선 스타십에서 순조롭게 분리됐다.
이후 스타십은 고도와 속도를 높이며 약 48분간 지구 반 바퀴를 비행했다.
최고 시속은 2만6천㎞가 넘었고, 고도는 지구 저궤도로 일컬어지는 200㎞를 넘어 234㎞까지 도달했다.
스타십에 탑재된 카메라의 고화질 영상은 인도양 상공에서 하강해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우주선 표면에 부착된 열 차폐막이 대기와 마찰해 붉은색 불꽃(플라즈마)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직후 중계 화면이 끊겼다.
스페이스X 중계진은 스타십이 낙하 도중 자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와 연결이 끊겼으며, 스타십 자체의 데이터 흐름도 끊겼다면서 "두 신호가 동시에 끊긴 것은 우주선을 잃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분 뒤 결국 우주선을 잃었으며, 아마도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동안 불타거나 바다에 추락하면서 분해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스타십은 궤도비행을 마친 뒤 발사 후 약 65분(1시간5분) 만에 인도양에 낙하할 예정이었다.
먼저 분리돼 떨어진 슈퍼헤비 로켓은 발사 장소와 가까운 멕시코만 바다에 입수할 예정이었으나, 역시 낙하 도중 엔진 문제가 발생하면서 성공적인 입수에는 실패했다.
스페이스X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이날 스타십 시험비행이 끝난 뒤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스타십이 인류를 화성으로 데려다줄 것",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 덕분에 인류가 여러 행성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썼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빌 넬슨 국장도 X 계정에서 "스페이스X의 성공적인 시험비행에 축하한다"며 "우리는 인류를 달로 돌려보내고 화성을 바라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번 시험비행이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스타십 개발 과정에서 큰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스타십이 세 번째 시험비행에서 다수의 이정표를 달성했다"며 "궤도에 오르는 속도에 도달했고, 스타십 우주선과 슈퍼헤비 로켓 모두 지난해의 두 차례 테스트보다 훨씬 더 멀리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이날 비행 중 스타십의 적재함(payload) 문을 열고 닫는 실험과 추진체를 이전하는 실험 등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실험의 성공 여부는 추후 데이터를 확인해야 알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앞서 스페이스X는 지난해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스타십의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첫 시도에서는 스타십이 이륙 후 하단의 슈퍼헤비 로켓과 분리되지 못하고 약 4분 만에 자폭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스타십이 하단 로켓에서 분리되는 데는 성공했으나 8분 만에 통신이 두절돼 10분 만에 자폭했다.
스타십에는 경로를 벗어나 목적지가 아닌 곳으로 갈 경우 자폭(self-destruct) 기능을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두 차례의 실패 이후 규제당국인 미 연방항공청(FAA)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수십가지의 지적 사항을 시정해 왔다.
FAA는 이번 세 번째 시험비행 실패에 대해서도 조사·감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FAA는 이날 X 계정에 올린 글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십 임무 중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슈퍼헤비 부스터와 스타십 기체 양쪽에 관련돼 있다"며 "FAA는 스페이스X가 주도하는 사고 조사를 감독할 것"이라고 했다.
스타십은 머스크 테슬라 CEO가 달과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보낸다는 목표로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수년간 개발해온 우주선이다.
그의 구상은 화성을 개척해 인류를 여러 행성에 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타십은 길이 50m, 직경 9m로 우주선 내부에 150t까지 적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우주선을 싣고 발사되는 역대 최대 로켓 슈퍼헤비(길이 71m)와 합체하면 발사체의 총길이는 121m에 달한다.
특히 슈퍼헤비 로켓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추진력이 1천700만 파운드에 달해 역대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평가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유한 발사체 중 가장 힘이 센 '우주발사시스템'(SLS·추진력 880만 파운드)보다 2배 강력하다.
AFP통신은 우주사업 분석회사 페이로드의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스페이스X가 스타십 1기를 제작하는 데 약 9천만달러(약 1천190억원)가 든다고 전했다.
스타십은 NASA가 반 세기 만에 인류를 달에 보내려고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 임무에 2026년 사용될 예정이다.
외신들은 최근 중국이 달 탐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NASA가 중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미국의 달 탐사 계획에 필수적인 우주선인 스타십 개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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