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는 '해외 부동산' 중소형사는 '국내 브릿지론'에 발목
증권사 누적손실 인식률 12.9% 그쳐…"브릿지론 중심으로 추가 인식 예상"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올해 증권사들이 감당해야 할 국내외 부동산 금융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만기 도래 규모가 10조원을 웃돌아, 부동산 리스크가 올해도 증권업계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는 해외 부동산, 중소형 증권사는 국내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 증권사) 9개사의 올해 주요 부동산 익스포저 만기 도래액은 6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 증권사 20개사의 경우 총 3조4천억원 규모로 부동산 익스포저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주요 증권사 29개사가 올해 안에 총 10조3천억원 상당의 부동산 익스포저 만기에 대응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서 주요 부동산 익스포저는 국내 부동산 사업의 브릿지론 전체와 중·후순위 본 PF 대출, 그리고 해외부동산 관련 펀드 등 수익증권 투자 및 대출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선순위 본 PF 등까지 고려한다면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는 더 커진다.
증권사 규모에 따라 리스크의 성격은 엇갈렸다.
대형사의 경우 전체 6조9천억원 중 브릿지론(3조2천억원) 비중이 가장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해외부동산(2조8천억원) 관련 익스포저의 비중이 크다.
대형사의 해외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만기 도래액은 향후 5년 내 올해가 가장 커서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정점을 찍는 만큼 사실상 금년이 고비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소형사는 해외부동산(5천억원)보다 국내 사업장의 브릿지론(1조7천억원)과 중·후순위 본 PF 대출(1조2천억원) 익스포저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특히 브릿지론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분양·착공이 지연되면 본 PF 전환율이 떨어지고 만기 연장 사례도 늘어나므로 리스크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리스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줄곧 증권사 수익성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전체 42조5천억원 가운데 작년 4분기까지 증권사 누적 손실로 인식된 규모는 5조5천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형사들은 총 4조원, 중소형사들은 총 1조5천억원 정도를 누적 손실로 인식한 상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가 인식한 누적 손실은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의 12.9%에 그친다"며 "작년 4분기에 손실을 대거 인식하기는 했지만 올해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추가로 인식될 손실 규모가 꽤 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현재 정부가 구조조정을 통한 PF 시장의 정상화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지만 추후 증권사들의 대손 충당금 적립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해외부동산의 경우도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부동산 투자 상당수가 지난 2018∼2020년에 이뤄지면서 지난해부터 오는 2025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익스포저가 많아 리파이낸싱 부담이 계속될 것"이라며 "해외부동산의 가치 하락을 손실로 계속 잡다 보면 증권사 실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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