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식별해 법의 심판 받도록 해야"…진실규명·배상·재발방지 등 촉구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포로 고문과 어린이 강제이송, 민간인 성폭행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 유엔이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서 인권 상황 등을 살펴온 유엔 독립 조사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전쟁 발발 2년이 지난 지금도 러시아가 인도주의 기본원칙과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사위는 "우크라이나에서 저질러진 전쟁범죄 및 반인도 범죄의 규모, 지속성, 심각성,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우리는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당국의 전쟁포로 고문 사실을 입증하는 새 증거를 조사위가 확보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포로가 러시아 내 여러 구금시설로 끌려가 끔찍한 수준의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다.
고문 피해자 중에는 반복적 고문 탓에 뼈가 부러지고 다친 다리가 괴사한 채 방치돼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 우크라이나 군인은 포로 교환으로 석방된 후 병원에 36차례 입원하며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점령지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강제이송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는 점도 추가 증거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제인도법은 교전국이 어린이를 강제이송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밖에 러시아 당국이 민간 여성을 고문하는 과정에서 성폭행이 함께 발생한 사건, 남성 전쟁포로를 성폭행하려고 위협한 사건 등도 증거와 함께 사례가 수집돼 있다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조사위는 "모든 범죄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가해자를 식별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피해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진실 규명과 배상, 재발 방지 보장 등의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이달 18일 이번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조사위는 전란 속의 우크라이나 인권 상황을 현지 조사하고 여러 차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러시아군이 침공한 지역에서 집단 처형과 시신 유기, 불법 구금, 학대, 고문 등 러시아군의 반인도 범죄나 전쟁범죄가 숱하게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이번에 추가 증거가 나온 아동 강제이송 문제 역시 개전 첫해부터 국제사회가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비판을 제기해온 사안이다.
조사위는 러시아군에 대한 즉결 처형 등 우크라이나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일부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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