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 첫날 투표함에 녹색 액체 붓고 화염병 투척도

입력 2024-03-15 22:55   수정 2024-03-18 16:55

러 대선 첫날 투표함에 녹색 액체 붓고 화염병 투척도
나발니 연관설 돌아…러 당국 17일 정오 시위에 불법 경고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대통령 선거 첫날인 15일(현지시간) 투표소 곳곳에서 '잉크 테러'와 화염병 투척 등 각종 방해 행위가 벌어졌다.
인테르팍스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보로네시, 로스토프, 카라차이-체르케시야 등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아붓는 일이 발생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모스크바의 한 투표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한 젊은 여성이 투명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은 뒤 병에 담아온 녹색 액체를 쏟아부어 그 안에 쌓인 투표용지가 훼손됐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여성은 선거 관리요원 또는 경찰로 보이는 남성에게 붙잡혔다.
이 여성을 비롯해 이날 투표함에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액체를 부은 사람들은 러시아 형법 141조 선거 업무 방해 혐의로 러시아연방수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엘라 팜필로바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투표함에 액체를 부은 사람은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것"이라며 "그들은 돈을 받고 이러한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수법의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녹색 액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지난달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당한 테러를 기억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나발니는 2017년 괴한이 녹색의 살균소독액 젤룐카를 얼굴에 뿌리는 바람에 실명 위기를 겪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스콥스키 지역에서는 21세 여성이 투표소가 마련된 학교 현관에 붙은 선거 포스터에 화염병을 투척했다가 구금됐다.
경찰의 초기 조사에서 이 여성은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투표소를 방화하면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이 지역 언론 폰탄카가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17일 정오로 예고된 '투표 시위'에 대한 경계도 강화하고 있다.
모스크바 검찰청은 '조율되지 않은 대규모 행사'를 조직하거나 이러한 불법 행사에 참여하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선거 마지막 날인 17일 정오에 투표소로 일제히 나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대 표현을 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에 따르면 독립선거단체 골로스(목소리)는 경찰들이 17일 정오 투표소에 모인 사람 중 시위 참가자를 식별하기 위해 나발니 관련 도구, 야권을 상징하는 '흰색-파란색-흰색' 깃발이나 우크라이나 국기 등을 지녔는지와 수상한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보라고 교육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투표 참관인은 17일 정오 투표소 앞과 내부에 모인 사람을 최대한 영상으로 촬영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이 단체는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5선이 확실시되는 러시아 대선은 이날부터 사흘간 치러진다. 모스크바 시각 오후 4시 기준 투표율은 23.02%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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