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도전자 없이 예상된 승리…제재·반란에도 권력 장악 강화"
"더 호전적 강압적 통치 전망, 우크라전 격화 우려…반대세력 탄압 강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사실상 반대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예상된 압승으로 5선 고지에 오르면서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신집권의 길을 열어젖힌 푸틴이 아무런 제약 없이 권력을 휘둘러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격화하거나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8일 오전 개표가 98% 진행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득표율 87.34%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그는 일단 2030년까지 집권을 보장 받게 됐다.
이 같은 득표율은 2018년 대선 때 자신이 세운 종전 최고 기록(76.7%)을 뛰어넘어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 역사상 가장 높은 것이다.
서방 주요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마땅한 야권 후보 없이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예정된 승리를 거머쥐면서 1인 지배 체제를 확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CNN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이렇다 할 반대 세력 없이 단계별로 관리된 선거를 통해 1인 지배를 연장했다"고 전했다.
CNN은 "야권 후보 대부분이 죽거나 투옥되거나 망명하거나 출마 금지되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반대의견 표명이 사실상 불법화한 상황에서 푸틴은 자신의 권력에 대한 도전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5개 지역을 포함한 이번 대선 결과는 크렘린이 푸틴이나 전쟁에 대한 모든 비판을 금지하고 야당 후보의 출마를 막은 상황에서 예상된 결론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대의견을 탄압해왔으며, 그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 사망한 이후 도전자는 없었다"면서 "이번 선거는 실질적 경쟁자 대부분이 추방·투옥되거나 사망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엉터리였다"고 꼬집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 따른 국제적 고립과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 등으로 한때 위태로워 보였던 통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6월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자 일보 진보 평론가들은 이를 오랫동안 예측했던 (푸틴 권력) 붕괴의 시작으로 보기도 했다"고 짚었다.
FT는 "러시아군이 병력과 무기의 우위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주도권을 되찾고, 국방비 지출 증가와 중국과의 교역에 힘입어 경제도 반등했다"며 그 덕에 "이오시프 스탈린 이후 가장 오래 통치하게 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가혹한 경제 제재에도 권력 장악을 공고히 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대선 압승으로 보다 확고해진 통제력을 바탕으로 더 호전적이고 강압적인 통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선 압승으로 대담해진 푸틴 대통령이 새로 병력 동원에 나서고 내부 반대의견 탄압을 강화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러시아에서 추가 병력 동원설이 확산하고 있으며, 당국은 이를 부인했지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런 우려는 푸틴이 선거 이전에는 꺼렸던 변화를 위해 제한 없는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에서 나온다"면서 "20년 이상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의회 내 야당이나 강력한 시민사회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반정부 세력은 또 다른 탄압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야권 운동가이자 사업가로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브게니 치치바르킨은 러시아 독립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후 많은 반체제 인사들이 도피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택은 감옥에 가거나 아니면 나라를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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