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이어 학계 일각서도 적극적 해법모색 필요성 강조
일부 전문가들, 대북제재 해제·완화 신중 접근 주문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오직 미국 대통령만 김정은과 맞닿을 수 있고, 김정은만이 북한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16일자에 실린 '바이든 대통령이 잡기만 한다면 북한에 대한 해결책은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새로운 대북 정책과 관련한 제언을 내놓았다.
그가 주목한 대목은 북한의 경제난이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난 타개 욕구가 있으며, 이를 지렛대로 삼아 새로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의 기억을 상기했다.
델러리 교수는 "김정은이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6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하게 설득한 것은 바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가능성이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2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시종일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이 채택한 주요 경제제재의 해제를 요구했다. 특히 2016년 이후 가해진 경제제재의 해제에 주력했다.
전문가들은 2016년 이후 가해진 대북 제재를 '실효적 제재'로 평가한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경제 전반, 특히 지배층을 압박하는 다양한 제재가 가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북한의 외화획득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강구됐다. 석탄, 철, 철광석, 금, 희토류 등 북한산 광물 금수 조치도 가해졌고, 중국과의 교역도 철저히 막았다.
강화된 대북 제재는 북한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의 2017년 국내총생산(GDP)은 3.5% 하락했고, 북중 무역총액은 2018년 전년 대비 무려 48.2%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정은은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구하면서 영변 핵시설의 해체를 골자로 한 비핵화 조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조건으로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영변 외의 다른 핵시설' 리스트까지 제시하면서 "모두를 해체,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은이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장에서 전격 철수한 것이다. 이는 '하노이 노딜'로 통칭된다.
델러리 교수의 제안은 결국 하노이 노딜 과정을 분석하면서 대북 제재의 유용성을 활용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것으로 평가된다. 델러리 교수는 보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특사 파견이나 포괄적인 대북 정책 발표 등을 제시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든 미국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한 셈이다.
최근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궁극적인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 단계'를 제시하는 등 대선을 앞두고 대북 정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4일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2024' 특별 대담에서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전 세계 지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비핵화를 향한 중간 단계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성향의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외교적 소통을 재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에 실효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대북 제재 해제 또는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갈수록 축소되면서 그러한 북한을 상대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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