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주민들 "무장 군인 대동하고 투표 강요"
투표소 염료·화염병 투척도…80명 이상 체포
반정부세력 국경서 무력행사…우크라도 대규모 드론 공세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에서 90%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로 승리한 가운데 '조작 선거' 논란과 현대판 '차르(황제) 대관식'에 대한 반발도 터져 나왔다.
영국 BBC 방송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서방 매체에 따르면, 15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투표 기간에 러시아군 점령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무장한 군인들로부터 투표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해온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마리우폴 등에도 투표소를 열었다.
주민들은 선거요원들이 총을 든 군인과 함께 투표함을 들고 집에 와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를 강요했고, 집에서 투표하지 않으면 투표소로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헤르손 지역의 한 주민은 WP에 이번 선거를 "총구를 겨눈 선거"라고 부르면서 "군인들은 무기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폭력적 위협이었다"고 말했다.
점령지에서 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명 투표함에 넣는 영상이 서방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비밀투표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투표 기간 러시아 내부에서는 투표소에 불을 붙이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저항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에서 사흘간 투표소 훼손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최소 80명이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52건의 기물파손 행위가 보고됐고, 그중 33건이 형사 기소됐다고 밝혔다.
우랄 지역 한 투표소에서는 한 여성이 폭죽을 터트려 50여명이 대피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한 여성이 투표소 근처로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수도 모스크바와 보로네시, 로스토프, 카라차이-체르케시야, 볼고그라드, 크림반도 등에서는 투표함에 잉크나 녹색 염료를 부은 사람들이 여러 명 구금됐다.
선관위는 염료 투척으로 선거를 방해한 사람 중 일부는 돈 때문에 이 같은 일은 벌였다고 주장하면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친우크라이나 반정부 무장세력은 선거 기간에 맞춰 러시아 국경지대에 대한 공격을 확대했다.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러시아자유군단', '러시아의용군', '시베리아대대' 등 3개 민병대는 우크라이나에 가까운 벨고로드주에 연일 침투했고, 탱크와 헬기까지 동원해 공세를 펼쳤다.
러시아자유군단은 푸틴 대통령에게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도 대선 기간 모스크바 등지의 정유소 등을 겨냥해 드론(무인기) 공격을 가했다.
대선 마지막 날에는 35대의 드론을 투입, 일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00㎞ 떨어진 야로슬라블까지 날아갔다.
이날 공격으로 크라스노다르주의 슬라뱐스크 정유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고, 접경지 벨고로드의 마을에서도 전력과 가스공급이 중단됐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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