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비판에도 '내치·전쟁 지지' 명분 지렛대…인기있는 리더 부각
NYT 보도…"높은 득표율은 폐쇄된 독재국가 특징" 전문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장애물 없이 5선 고지에 오르며 2030년까지 또 한 번 정권을 연장하면서 내부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15∼17일 사실상 경쟁자 없이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87%가 넘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승리하며 종선 집권의 길을 열었다.
서방은 사실상 경쟁이 없는 거수기 성격의 이번 대선을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하다고 규탄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내치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압도적인 대중의 지지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도 대선 기간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러시아를 보호하는 지도자'로서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를 약화하려고 했지만, 이 같은 노력이 성공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NYT는 평가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선거를 푸틴 대통령을 '진정으로 인기 있는 지도자'로 묘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식으로 봤다.
푸틴 대통령은 이제 6년간의 새 임기를 이용해 러시아 정치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통치 기반 강화를 토대로 이미 어느 때보다 대담한 모습을 보이며 서방과 대치를 심화하고 긴장을 계속 높일 의사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5선 확정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전면적인 충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오늘날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지지는 결국 약화하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러시아의 뜻대로 평화 협약을 타결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러시아 정부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강경 지지자들을 승진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임기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특별군사작전의 맥락에서 일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결과는 그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사회를 통합하는 것을 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의 정치학 전문가 그리고리 골로소프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러시아 당국이 발표한 높은 득표율에 놀랐다면서 이는 "극도로 폐쇄된 독재 국가의 특징"이라며 높은 득표율 이면의 어두운 면도 꼬집었다.
그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어떤 결과라도 선언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결과는 러시아 당국이 선거 시스템, 선거 과정에 어느 정도로까지 통제력을 가졌는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방 언론들은 '답정너 푸틴' 식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등을 부각하며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서방 매체에 따르면 15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투표 기간에 러시아군 점령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무장한 군인들로부터 투표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점령지에서 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명 투표함에 넣는 영상이 서방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비밀투표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투표 기간 러시아 내부에서는 투표소에 불을 붙이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저항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백악관도 선거 결과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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