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유적지에서 '지중해 앙숙' 그리스에서 온 관광객이 자국 국기를 펼쳐 논란이 됐다고 현지 일간 '튀르키예' 등 매체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그리스인 관광객이 이스탄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성소피아(튀르키예어 아야 소피아, 그리스어 하기아 소피아)에 들어가 그리스 국기 '갈라놀레프키'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그는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내가 사랑하는 도시, 영원히 그리스의"라고 썼다.
성소피아는 과거 그리스인이 주도 세력이었던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건립한 대성당이다.
이후 916년간 정교회의 총본산으로 기능했으나 1453년 튀르키예의 전신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이후 성소피아를 황실의 이슬람 모스크로 개조했다.
이 그리스인 관광객의 게시물을 두고 튀르키예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 "누군가 그리스인들에게 진실을 알려줘라", "그리스인들은 꿈속에 산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스 영자 매체 그릭헤럴드는 일부 튀르키예 네티즌이 "수영할 줄 알면 좋겠다", "바다는 차갑다"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그리스와 튀르키예 관계에서 암울하고 비극적인 장면인 '스미르나 참사'를 암시했다"고 지적했다.
스미르나(튀르키예명 이즈미르) 참사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 원정군이 스미르나를 잠시 점령했다가 오스만군에 밀려 1922년 9월 도시를 포기하고 퇴각하려고 했으나 배가 가라앉으며 그리스군 수만 명이 숨진 사건이다.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에게해의 영원한 앙숙'으로 불릴 만큼 역사적인 라이벌이다.
그리스는 400년 가까이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현대 들어서도 양국은 지난 수십년간 에게해 섬 영유권과 영공 침범, 지중해 자원 탐사, 키프로스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이 작년 12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관계 개선에 노력하기로 공동선언하는 등 최근에는 양국 정부간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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