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대역폭메모리 테스트중, 기대 크다…매우 비범한 기업"
"對中 지정학적 긴장관계 고려하되, 공급망 복원력 위해 모든 일 해야"
"나는 'AI시대의 오펜하이머' 아냐…폭탄 떨어뜨리지 않아" 웃음
(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4' 둘째 날인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시그니아 바이 힐튼 호텔에서 전 세계 미디어와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황 CEO는 '삼성의 HBM을 사용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 테스트하고(qualifying)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 제품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고 끊임없이 처리해야 하는 생성형 AI를 구동하려면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HBM3E는 HBM3의 확장 버전이다.
HBM3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5세대인 HBM3E D램을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올 상반기 중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황 CEO는 "HBM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며, 기술적인 기적(technological miracle)과도 같다. 그들은 겸손(humble)하다"며 이런 기술을 구축하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를 에둘러 치켜세웠다.
엔비디아는 전날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을 공개했다. 블랙웰 GPU는 대만 TSMC의 4나노급 공정(4NP)으로 만들어져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또 HBM3E D램을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이다.
황 CEO는 이에 삼성전자를 의식한 듯 "여러분(한국 기자들)은 삼성과 같은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삼성이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지 잘 모른다"며 "삼성은 매우 비범한(extraordinary) 기업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오토모티브(자동차)에 들어가는 것은 모두 삼성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용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있는지, 삼성의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황 CEO는 중국에 대해서는 긴장된 지정학적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규정 준수와 회복력 모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두 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정책을 이해하고 준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망의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산 부품이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동차 산업과 방위 산업 모두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고, 우리는 각 국의 목표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모든 확신을 갖고 있다"며 "최후의 날(doomsday) 시나리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CEO는 인간과 같은 수준의 AGI(범용인공지능)가 언제 나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5년 이내에 등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라진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수학이나 읽기, 독해력, 논리, 의학 시험 등에서 5년 안에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을 가리켜 '현(AI) 시대의 '오펜하이머'가 아니냐'라는 질문에 "나는 오펜하이머가 아니다"면서 "오펜하이머는 폭탄을 떨어뜨렸지만, 나는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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