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과 손잡고 AI 스타트업 지원"
"자체 AI 업체 설립도 고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약 400억 달러(약 53조5천8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의 이번 계획을 잘 아는 인사 3명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VC)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인류의 삶과 일자리에 급격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AI 기술 분야에 글로벌 투자가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계획이 성사되면 사우디는 AI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투자자가 되며 단숨에 'AI 큰손'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NYT는 경제를 다변화하고, 지정학적으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사우디의 최근 노력과 맞닿아 있는 이번 행보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제 비즈니스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중동 맹주의 야망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사우디 정부는 총자산이 무려 9천억달러(약 1천205조원)인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사우디 PIF 관계자들은 최근 논의에서 400억 달러의 AI 펀드가 어떻게 운용될지와 이미 AI 분야의 적극적 투자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펀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가 설정한 400억 달러라는 액수는 미국 VC 업체들이 조성하는 일반적인 금액을 가뿐히 넘어서는 것이다. 이 수준을 넘어서는 돈을 투자한 회사는 오랜 기간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투자사 역할을 해온 일본의 소프트뱅크 정도에 불과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사우디 측은 반도체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관련 스타트업 다수를 지원하는 방안은 물론 자체적인 AI 업체를 설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한, 친구 사이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공동설립자 벤 호로위츠와 야시르 알-루마얀 PIF 총재는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사무실을 개소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 중 1명은 귀띔했다.
소식통 2명에 따르면, 사우디의 새로운 AI 투자는 올 6월 이후 하반기에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400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면 사우디와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AI 경쟁에서 다른 사업체들을 제치고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를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다른 VC 업체들도 사우디가 조성하는 이번 테크 기금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번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은 전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전 세계 투자회사들과 기업가들을 끌어들이던 사우디는 2018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며 인권 논란에 휘말린 탓에 적극적인 투자 행보가 국제사회에서 잠시 외면받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오일머니를 앞세워 투자 전면에 나서고 있다.
2022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운영하는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최근에는 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와 미국 골프의 '자존심'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골프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NYT는 사우디가 2016년 차량공유업체 우버에 35억 달러(약 4조7천억원)를 투자하고, 소프트뱅크가 조성한 1천억달러 규모 '비전 펀드'에 450억 달러(약 60조)의 자금을 댔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는 등 그동안 기술 투자에서 전반적으로 고전해왔다고 소개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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