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지상전 임박' 관측 속 병원서 죽어가는 아이들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또 폭격이에요 엄마, 도망가야 해요."
1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는 밤새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보통 사람들은 단순히 요란한 날씨라며 넘어갔겠지만 5개월째 포화 속에 살고 있는 가자지구 어린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곳 아이들은 더 이상 빗소리와 폭격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라파의 난민 캠프로 피란한 오움 압둘라 알완의 어린 아들은 바깥에서 들리는 빗소리에 "폭격 소리다"라며 "도망가야 한다"고 외쳤다.
알완은 두려움에 떠는 아들을 꼭 안아줬지만 아이는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그는 아이들이 빗소리를 이스라엘군 폭격 소리로 착각해 '공포의 비명'을 지른다고 말했다.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에서 피란 온 아비르 알 셰어도 "아이들에게 미사일에 대한 심리적 강박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이들이 텐트 덮개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만 들어도 미사일 소리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을 미사일 소리로 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민 캠프의 열악한 환경은 아이들의 쇠약해진 정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알완은 "텐트 1채에 14명이 생활하고 있지만 마른 담요 하나조차 찾을 수 없다. 밤새 빗물에 흠뻑 젖은 채 있다"며 "이 고통 속에 얼마나 더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집트 국경과 맞닿은 라파는 전쟁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밀집해 있어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로 불린다.
가자 인구 23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0만명가량이 이곳에 피란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라파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잔당이 은신한 것으로 보고 이곳에서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이를 만류하고 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파로 진격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은 각종 질병과 부상에 시달리는 어린이들로 이미 포화 상태다.
병원에 의약품은 물론 음식까지 부족한 탓에 많은 아이가 쉽게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발리야에 있는 카말 아드완 병원에 영양실조와 낭포성 섬유증을 앓는 6세 아들을 입원시킨 시마 알 잔트는 "아들 상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며 "무언가 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 더 이상 서 있지조차 못한다"고 가슴 아파했다.
앞서 하마스 보건부는 최근 몇 주 동안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27명이 탈수와 영양실조로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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