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총서 경영전략 발표…메모리 병목 해결할 AI 추론 칩 '마하1' 개발 공개
"사업 잘 못했다" 반성도…'HBM 늦었다' 지적에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준비"
(서울·수원=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부문이 향후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 중인 사실도 공개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 발표를 통해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AGI 추론 칩 '마하1' 내년 초 공개…올해 매출 2022년 수준 회복 전망
경 사장은 "기존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1등을 유지할 수 없다"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얻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투자와 체질 개선 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줄어든 399억달러로, 인텔(487억달러)에 이은 2위였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한 6천3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의 매출도 2022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칩 '마하1'을 개발 중인 사실도 밝혔다.
경 사장은 "현존하는 AI 시스템은 메모리 병목으로 인해 성능 저하와 파워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범용인공지능(AGI) 컴퓨팅랩을 신설하고 AI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개발 중인 마하1 AI 인퍼런스(추론) 칩은 그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저전력(LP) 메모리로도 LLM의 추론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검증을 했고 시스템온칩(SoC) 디자인을 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칩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한다. 연구 인력과 R&D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 반도체연구소는 양적·질적 측면에서 2배로 키울 계획이다.
메모리의 경우 12나노급 32기가비트(Gb) DDR5 D램을 활용한 128기가바이트(GB) 대용량 모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12단을 쌓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기반으로 HBM3와 HBM3E 시장의 주도권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경 사장은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 등과 같은 신공정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개발해 다시 업계를 선도하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와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파운드리는 업계 최초 GAA 3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 제품의 안정적인 양산을 시작하고, 2025년 GAA 2나노 선단 공정의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다. 오토모티브와 RF 등 특수공정 완성도를 향상하는 등 고객 포트폴리오도 확대할 방침이다.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신사업도 준비한다.
경 사장은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은 올해 2.5D 제품으로 1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증강현실(AR) 글래스를 위한 마이크로 LED 기술 등을 적극 개발해 2027년부터 시장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1월부터 흑자 전환…파운드리 가동률도 향상"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사업전략 발표 이후 '주주와의 대화'를 마련, 주요 경영진이 직접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주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적자가 이어지는 이유와 위기관리 대책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경 사장은 이에 "(적자 지속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업황의 다운턴(하강 국면)도 있었고 저희가 준비를 못 해서 사업을 잘 못한 것이 있었다"며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더라면 시장과 무관하게 사업을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사업적으로 보면 올해 1월부터는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서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48조원을 설비투자하고 적자난 회사는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한 주주의 지적에 대해서는 "다운턴 때 투자를 잘못해 놓으면 업턴(상승 국면) 때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는 일도 경험했기 때문에 다운턴이 됐다고 너무 투자를 줄이거나 업턴이 됐다고 너무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비교적 균등한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또 HBM이 한발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잘 준비하고 있다"며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와 지능형 반도체(PIM)는 다양한 고객과 협의하면서 실제 적용 등을 진행하고 있고,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해서는 "기술 자체가 우수하고 수율이 높고 고객이 원하는 생산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이 3가지 요건을 준비 잘해서 (TSMC에) 뒤처지지 않고 쫓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작년 4분기 점유율은 61.2%로, 삼성전자(11.3%)와의 격차는 작년 3분기 45.5%포인트에서 49.9%포인트로 더 벌어진 상태다.
최근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미국 인텔의 1.4나노 공정 계획 발표가 삼성전자에 위협적인지를 묻는 주주 질문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1.4나노 개발은 TSMC, 인텔, 삼성전자 모두 로드맵에 포함된 내용이고, 특정 경쟁사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나 판단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인텔과 비교하면 우리는 중앙처리장치(CPU)뿐 아니라 모바일 AP, 시스템온칩(SoC), 그래픽처리장치(GPU),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한 파운드리 필드 레코드를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사장은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 전망에 대해 "작년보다 가동률 향상이 이뤄지고 있고 하반기에는 의미 있는 숫자로 회복될 것 같다"며 "미국 중심 선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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