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정부 긴축정책에 '경제 허리 직격탄'…빈곤율 치솟아
역사학자 "군사 정권 이래 임금 수준 이 정도로 하락한 적 없어"
(멕시코시티·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선정 통신원 = 극심한 경제난 극복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몰아붙인 긴축 재정 정책이 중산층 붕괴 우려를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나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직장인 평균 급여가 빈곤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 자료 및 현지 일간지 암비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올해 1월 기준 아르헨티나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기본 생필품(CBT·Canasta Basica Total) 구입비로 산정하는 빈곤선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의 올 1월 기본 생필품 구입비는 59만6천823페소, 근로자 평균 임금은 55만4천269페소로 각각 확인됐다.
기본 생필품 구입비는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기본 생필품으로 간주하는 모든 물품을 사는 데 필요한 총지출을 말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평범한 근로자 1명의 월급만으로는 4인 가족이 최소한의 기본 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맞벌이 가정일 경우에 해당되지 않겠지만, 소득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이런 상황은 이미 지난달에도 경고된 바 있다.
가톨릭대학(UCA) 산하 아르헨티나 사회부채 관측소는 2월에 '아르헨티나 21세기: 만성적 사회부채와 증가하는 불평등. 전망과 도전' 보고서를 통해 "이 나라 빈곤율은 지난해 12월 49.5%에서 1월 57.4%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UCA는 "현지 통화(아르헨티나 페소)의 50% 이상 평가절하가 식료품 가격과 물가 전반을 급등시켰고, 이는 임금 근로자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빈곤율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중산층의 몰락 조짐은 현지 주민들의 하소연에도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대학생 다니엘라(21)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전에는 여름방학 기간에만 파트타임 일을 하나 정도 했는데, 이젠 학기 중에도 아침과 오후에 2개의 일을 한다"며 "이를 위해 수강과목도 줄였다"고 말했다.
직장인 카를로스(44)씨는 "주말마다 가족이 모여 아사도 요리(숯불구이의 일종)를 먹는 게 낙인데, 고깃값이 부담돼 서로 모이자는 말을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밀레이 정부의 '충격 요법' 중 하나였던 임대료 상한선 폐지도, 소득 절반 가까이 임대료로 지불하는 이 나라 일반 주민들에겐 직격탄이 됐다.
우버 기사 페르난도(32)씨는 "저 포함 가족 3명이 방 2개가 있는 집에서 살았는데, 지난달 (방) 1개짜리 집으로 옮겼다"며 "생계유지가 일상의 목표가 됐다"고 푸념했다.
학비를 따로 더 내야 하는 사립 학교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공립 학교로 아이들을 전학시켜야 했다는 39세 간호사는 "쓰나미가 몰려와 지난해 12월까지 '정상적으로' 살던 삶이 파괴됐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역사학자인 에세키엘 아다모브스키는 AFP에 "1976∼1983년 군사독재 정권 이후 임금 수준이 이렇게 급격히 하락한 적은 없었다"며 "오늘날 아르헨티나의 중산층은 난파선의 잔해와 같은 파편들의 집합체가 됐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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