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시파 병원처럼 쓸고간 자리에 하마스 계속 복귀
현실적 구상 없어 하마스 전면해체·새 안보질서 난망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재공세를 두고 전쟁 실패론이 대두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 권력 공백에 대한 대처 없이 무작정 공세만 일삼는 상황에서 하마스 전면 해체와 같은 애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궤멸을 계속 외치지만 쓸고 지나간 자리에 계속 하마스가 진입하고 있다.
이는 하마스 해체를 넘어 전쟁 후 새로운 안보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근본 목표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NYT는 지난해 11월 처음 습격했던 알시파 병원을 다시 급습한 데에서 이런 정황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8일 알시파 병원을 급습하고 "알시파 병원 일대에서 정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작전은 하마스 고위 테러분자들이 (알시파)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첩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일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알시파 병원을 방문해 "이스라엘군은 이 병원에서 진행 중인 하마스 상대 작전으로 250∼300명의 테러 공작원을 체포해 구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로 300명의 용의자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작년 11월에도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알시파 병원을 공습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병원 지하에서 하마스가 사용하는 터널과 무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작년 11월 중순 이후 알시파 병원에서 철수했다가 지난 1월 근처 지역으로 돌아왔고 2월에는 다시 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초기의 현실적 제안조차 진전시키지 못했고,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혼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북부에서 탈출한 정치 분석가 탈랄 오칼은 "삶은 지옥으로 바뀌었다"며 "네타냐후와 그의 파트너들은 전쟁 이후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혼란이 일어났고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을 들고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현재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후 가자지구 통치와 관련한 실행 가능한 계획이 없어 안정적인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스라엘의 군사 분석가들은 가자지구 통치를 위한 일관성 있는 계획을 세우는 데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 사이에 이스라엘군이 작전을 끝내고 물러간 뒤 계속 하마스를 뒤쫓아 되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반대하며 전후 가자지구에 대해 미국이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도 거부한다.
국제사회가 대체로 찬성하는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개의 독립 국가로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칭한다.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당장 전쟁의 성과와도 크게 연관된 전후 구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스라엘 정부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불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이스라엘 정치인과 은퇴한 군 간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일시적으로라도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제사회가 널리 반대하고 있는 데다 하마스와 다른 무장정파들이 이 같은 점령에 어떻게 맞설지도 주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또 이스라엘의 전 정부 당국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의 재편성을 막고 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지역에 통치 기구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더 포괄적인 계획이 없다면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장기적인 소모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
전 이스라엘군 사령관인 가디 샴니는 현재 통치 계획이 없는 것이 "큰 실수"라며 "성공적인 대안을 만드는데 몇개월 또는 몇 년이 소요될 수 있지만 지금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작전을 계속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샴니 전 사령관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서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생존"이라고 지적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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