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에 반도체법상 최대 규모인 195억달러(약26조원)를 지원키로 했다. 외신 등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인텔 캠퍼스에서 보조금 지급과 대출 계획을 망라하는 이런 내용의 인텔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85억달러(약 11조4천억원)의 보조금 제공과 110억달러(약 14조8천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이 포함됐다. 미국이 자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지원 방침을 발표한 것이 처음이 아니지만 인텔에 대한 이번 지원 규모는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최대 지원 규모는 15억달러 수준이었다. 미국 내에선 현재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전 세계의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규모 지원을 통해 미국이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 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도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에 속도를 내며 총력전에 나선다. 공장 건설 비용을 대폭 지원하거나 투자 세액에 대한 공제 방안 등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는 정부 보조금 지원이 없다. 그나마 반도체 투자금의 일부에 대해 세액을 공제받는 방안이 시행됐는데 이조차도 올해 연말 종료될 예정이다. 정부는 투자 세액 공제를 연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주요국들이 파격적인 지원 행보에 나서는 현실에 비춰보면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점점 더 밀려 나가는 게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순 없다.
첨단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다. 정부는 지난 1월 용인 등 경기 남부 지역 일대에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인프라 투자 환경 조성, 생태계 강화 등을 중점 과제로 제시하며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은 상태다. 이같은 구상이 빛바랜 청사진에 그쳐선 안 된다. 다양한 규제에 묶여 전력, 용수 등의 기초적인 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부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K반도체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고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선 정부의 실효적인 정책 수립과 추진력 있는 이행이 관건이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변화상을 주시하면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때다. 정치권도 입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데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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