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또 북일축구…日 "닛폰" 함성에 조총련 "필승조선" 응수

입력 2024-03-21 21:22   수정 2024-03-21 21:23

도쿄서 또 북일축구…日 "닛폰" 함성에 조총련 "필승조선" 응수
조총련 3천명 빨간 막대풍선 흔들며 北 응원…경기는 일본이 1-0 승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21일 저녁 꽃샘추위를 잊게 하는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날 국립경기장에서는 북한과 일본 축구 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3차전 경기가 열렸다.
양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지난달 28일 같은 곳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대결했는데, 한 달 만에 남자 대표팀이 다시 승부를 겨뤘다.
약 6만8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 국립경기장 장내는 대부분 일본 축구팀을 상징하는 색상인 푸른색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전반전 북한 골대 측 뒤편에는 북한팀 유니폼 색상과 같은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 응원단 3천 명이 자리 잡았다.
이들은 빨간 막대풍선을 두드리고 인공기를 흔들며 북한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반대편에서 일본 응원단이 "닛폰"(일본)을 외치면 기세에 눌리지 않고 "필승 조선" 구호로 응수했다.
조총련 응원단 앞에는 지난달 시합과 마찬가지로 "이겨라 조선!"과 "공화국의 위용 떨치자!"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응원단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북한 선수들이 소개되자 함성을 지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일본 프로축구팀 FC기후에 소속된 문인주 선수가 호명되자 큰 소리로 응원을 보냈다.
이들은 북한이 전반에 득점을 허용한 뒤에도 실점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공격에 나설 때마다 막대풍선을 강하게 두드리며 "필승 조선"을 외쳤다.
조총련 측은 일본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구성된 '청년학생응원단'을 중심으로 응원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전 조총련이 경기장 바깥에 마련한 '동포 응원단' 부스 주변에서 현장을 안내하던 변모 씨는 "원정팀 표 3천 장이 모두 팔렸다"며 "지난달 여자 축구 시합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원 도구로 사용되는 붉은색 막대풍선은 조총련이 준비했다면서 "북한 경기를 보기 위해 오사카 인근 효고현에서 온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번 시합을 위해 3천400명 규모의 동포 응원단을 조직하겠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포츠호치도 일본축구협회가 북한 측에 제공한 좌석 3천 석이 모두 판매됐으며, 북한 측이 경기 전에 원정팀 좌석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에서는 일본을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이 눈에 띄었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에서 온 마쓰모토 씨는 조총련 측이 3천 명 규모의 응원단을 구성했다는 말을 듣고는 "전혀 몰랐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는 하지만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고 일본이 이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일본이 1-0으로 승리했으며 북한과 일본 대표팀은 오는 26일 재대결한다.
이 경기는 본래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한이 자국에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전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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