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공방 뜨거웠지만…싱겁게 끝난 금호석화 주총

입력 2024-03-22 14:53  

장외공방 뜨거웠지만…싱겁게 끝난 금호석화 주총
박철완, 차파트너스 손잡고 주주제안 이후 열띤 여론전…사측도 대응
뚜껑 열어보니 금호석화 압승…'9% 주주' 국민연금도 사측에 찬성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올해 주요 기업 주주총회 시즌에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금호석유화학과 박철완 전 상무 간 표 대결이 22일 주총에서 회사 측 압승으로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다.



개인 최대주주로서 2021년부터 이사회 입성 등을 노리며 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해 온 박 전 상무는 올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섰으나, 한 건의 주주제안 안건도 채택받지 못하며 또다시 쓴잔을 마셨다.
박 전 상무는 올해 주총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달 15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과 특별관계를 형성하고 주주제안권을 위임했다고 밝히며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 전 상무와 손잡은 차파트너스는 올해 정기 주총 안건으로 ▲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 자사주 소각의 건 ▲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주주제안했다.
금호석유화학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미소각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등에 부당하게 활용될 우려가 있고, 이사회가 매번 100%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는 등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것이 주주제안 명분이었다.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없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 나머지는 내년 말까지 모두 소각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주주제안했다.
그러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6일 이사회에서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의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추가 취득한다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결정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이런 대응에도 차파트너스는 나머지 50% 자사주가 우호지분으로 제3자에게 처분돼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총 표 대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후에도 양측은 언론을 통해 잇달아 입장을 내며 주총 전 장외 공방을 이어갔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가 실제로는 박 전 상무를 대리할 뿐 주주가치 제고가 행동의 본질이 아니라고 규정했고, 석유화학 산업이 불황인 가운데 자사주를 단기에 전량 소각하기보다 재무 건전성과 신사업 투자 여력 확보 등을 위해 일부 남겨두는 것이 기업가치를 더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차파트너스도 이사회의 주총 진행 절차 등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맞받으며 법원에 이를 조사할 검사인 선임까지 신청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사회 안건과 주주제안 안건을 차례로 표결하지 말고 함께 표결해 찬성표가 많은 안건을 채택하자는 차파트너스 측 요구를 수용하기도 했다. '두 의안 중 하나가 가결되면 나머지는 자동 폐기된다'고 한 표결 방식이 부당하다는 차파트너스 측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총 전 공방은 제법 날카로웠으나, 주총 당일 결과는 사측의 압승으로 끝났다.
마침 금호석유화학 지분 9.0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전날 수탁자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차파트너스의 자사주 소각 관련 안건에 반대했고, 사외이사는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져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
차파트너스 측이 요구한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졌음에도 찬성률은 자사주 소각 관련 정관 변경안이 사측 74.6% 대 주주제안 25.6%, 사외이사 선임안은 사측 76.1% 대 주주제안 23%로 큰 차이를 보였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석유화학업계의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회사 미래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오히려 경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제안의 오류가 검증됐다"며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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