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기업, 'PPA 활용' 관심↑…높은 재생에너지 계약가격 '걸림돌'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한국전력의 중개 없이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직접 체결하는 '직접 PPA'의 지난 1월 공급량이 작년보다 14배로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PPA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에 관심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직접 PPA 공급량은 3천135메가와트시(㎿h)로 집계돼 지난해 1월(219㎿h)보다 1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1천722㎿h)보다도 2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국내 직접 PPA는 2021년 10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기 소비자가 전력구매계약을 직접 체결해 전력과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함께 구매하는 방식이다. 전기 소비자는 RE100 이행 및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전력거래소가 집계한 PPA 공급량은 2022년 12월 205㎿h에 불과했지만, 2023년 1월 219㎿h, 2월 227㎿h, 3월 298㎿h, 4월 314㎿h, 5월 318㎿h 등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6월에는 656㎿h로 전달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한 이후 7월 697㎿h, 8월 852㎿h, 9월 756㎿h, 10월 954㎿h, 11월 738㎿h, 12월 1천722㎿h 등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는 재생에너지 사용 추세가 글로벌 뉴노멀이 된 가운데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직접 PPA 제도를 통해 민간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 체결이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RE100에 가입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형 대기업들이 직접 PPA 체결로 재생에너지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이 발간한 '2024년 전력산업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의 직접 PPA 체결 사례는 적지 않았다.
기아는 지난해 12월 현대건설과 태양광 연 250기가와트시(GWh)를 조달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한국중부발전·에넬엑스코리아 컨소시엄과 20년간 태양광 연 59GWh를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과 2025년까지 연 84GWh 태양광을, SK그룹은 SK텔레콤 등 9개 계열사와 SK E&S 간 연 537GWh 재생에너지를 각각 조달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전력거래소의 설문조사에서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RE100 이행 수단은 직접 PPA 제도(27.4%)로 나타났다. 이어 REC 구매(22.0%), 자가발전(17.1%), 녹색프리미엄 요금(16.5%), 지분 투자(12.8%) 등 순이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높은 재생에너지의 계약 가격이 PPA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전경영연구원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직접 PPA 공급량이 확대되고 있지만, 전체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에 비교하면 비중이 여전히 작다"며 "수출 기업은 RE100 이행 의무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도 PPA 거래를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비용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설문조사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직접 PPA 제도의 장애 요인으로 '사업모델 및 수익구조'(36.6%)에 이어 '거래 비용'(21.3%)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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