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지난 21일로 출시 1주년을 맞았다.
간편결제 시장의 '메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높았던 기대와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전화 제조사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859만8천 건으로 약 19.9% 늘었다.
결제 금액도 일평균 2천238억1천만 원으로 같은 기간 20.8% 늘었다.
출시 7∼9년이 지난 삼성페이와 LG페이의 성장이 성숙기에 들어간 만큼, '애플페이 효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5%로 전년 대비 3% 포인트 증가하기도 했다.
경쟁자로 꼽히는 삼성전자[005930]도 여기에 대응해 서비스 호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출시를 전후해 삼성페이의 결제 서비스를 네이버페이와 연동했으며, 카카오페이 연동도 머지않은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모바일 운전면허증·국가보훈등록증도 탑재했으며, 서비스명을 '삼성월렛'으로 바꾸는 등 종합 전자지갑 서비스로 도약을 선언했다.
다만 업계 다수는 애플페이가 기대만큼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본다.
지원하는 점포가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편의점과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에 집중돼 경쟁 서비스 대비 활용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특히 교통카드 등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만의 장점이 돋보이는 기능이 추가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페인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로 지적된다.
수수료가 없는 삼성페이와 달리 카드사로부터 결제금액의 0.15%를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 역시 애플페이 확대가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는 간편결제 환경이 구축되지 않아 침투할 여지가 많았다"면서 "국내에선 결제 경험 자체를 바꿨다고 보기 어렵다. 왜 애플페이를 써야 하는지가 그려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엄청나게 큰 충격을 줄 것처럼 등장했는데, 사실 큰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페이 이용자들도 같은 맥락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이폰을 14년째 사용한 이용자 강모(31) 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 외에 애플페이 계산이 가능한 매장은 많지 않다"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매장에서는 오히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를 활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폰과 갤럭시 스마트폰을 모두 쓰는 오모(28) 씨도 "삼성페이보다 체감상 빨리 켜지는 느낌은 있고 결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다는 점은 좋다"면서도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는 곳이 가끔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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