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에서 열린 튀르키예 정부 반대시위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살해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행위를 두고 스위스 법원의 판결이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22일(현지시간) 베른 고등법원에 따르면 이 법원은 2017년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열렸던 시위에서 '에르도안을 살해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제작해 내건 시위대 4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 판단을 내린 것으로, 벌금액은 70∼100 스위스프랑(10만∼15만원)으로 정해졌다. 전과가 있는 2명에게는 최대 500 스위스프랑(75만여원)이 추가로 선고됐다.
재판 쟁점은 현수막에 담긴 내용이 실제 살해 등 범죄를 저지를 것을 선동하느냐였다. 공개적으로 중대한 범죄를 선동하는 것은 표현·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영역 밖의 행위라고 스위스 법률은 규정한다.
현수막에는 에르도안의 초상화와 함께 '에르도안을 살해하라. 그의 무기로(kill Erdogan with his own weapons)'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총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머리를 겨누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1심은 통상 시위대가 내건 현수막 내용은 상징성을 지닐 뿐 범죄를 저지를 것을 촉구하는 직접적인 선동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위대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다르게 봤다.
재판부는 "현수막에 적힌 '살해하라'라는 문구가 튀르키예 대통령을 살해하라는 요구와 과연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전체 맥락을 고려해도 살해 행위를 선동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이번 유죄 판결에 전원 불복하기로 했다. 이 경우, 연방법원이 사건을 한 번 더 심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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