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침체에 공실 장기화…고금리에 이자 비용 급증
이지스운용 "매각 지속 추진…투자금 회수에 만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서울 내 주요 번화가인 건대입구역 상가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가 자산 매각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대출이자 비용까지 불어나며 채무불이행(EOD) 위기에 처했다.
대출이자 지급일인 6월 말까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주단의 담보권 실행으로 펀드 투자자들의 투자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이하 194호 펀드)에 대한 공시를 내고 투자자들에게 자산 매각 진행 상황과 펀드 운용 현황을 이같이 전했다.
194호 펀드는 CGV건대입구점이 입점해 있는 광진구 가양동 쇼핑몰 '몰오브케이'에 투자하는 펀드다. 임대에서 발생하는 운영이익과 자산 처분 시 매각이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2018년 6월 최초 설정 당시 약 208억원의 최대 설정액을 채우며 조기 완판되기도 했다.
이지스운용은 펀드로 조달한 자금과 담보대출, 임대보증금 등을 합쳐 596억여원에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계획대로라면 194호 펀드는 만기 전 자산을 매각하고 성공적으로 청산돼야 했으나,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각이 불발되자 수악자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와 자산에 대한 담보대출 기간을 각 2년씩 연장했다.
이지스운용은 지난해부터 매각공고를 내고 자문사를 선정해 잠재적 매수인을 접촉하는 등 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매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응찰자는 없었다.
펀드 만기 연장 이후 일부 임차인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공실 장기화로 임대료가 낮아지고 대출이자는 고금리로 인해 급격히 올라 결국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로 몰렸다는 게 운용사 측의 설명이다.
이지스운용은 "대주단과 성실한 협의를 지속한 결과 올해부터 대출이자를 월납이 아닌 분기납으로 협의를 완료하고 주요 임차인인 CJ CGV와도 올해까지의 임대료 총액을 10% 할인해 선납받기로 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면서도 "이런 노력들에도 현재 자금사정상 다음 이자 지급일인 6월 25일에 납부해야 하는 대출이자 재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출이자를 납부하지 못할 경우 대출약정 상 채무불이행이 발생해 투자금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출이자 납부재원 조달을 위한 후순위 대출 모집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추가 대출 모집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며 대주단과 다음 대출이자 지급일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으나 이 역시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말 기준 194호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5.01%로 집계됐다. 최근 5년은 -3.50%, 최초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0.41%다.
'몰오브케이'의 공실률은 40%에 육박할 정도로 인근 상권은 침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계속 불발돼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대주단은 자산 처분 등의 방법으로 담보권 실행에 나설 수 있다.
이지스운용은 장문의 공시에서 펀드 운용보고서보다 자세한 운용 현황을 이례적으로 낱낱이 공개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유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국내 리테일 시장이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산안정화 및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자산 가치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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