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출신, 화목한 가정으로 인기…"자녀 안심시킬 시간 필요" 호소
위중설·대역설 등 온갖 음모론…왕세자빈, 육성 영상 공개로 정면돌파
켄신턴궁 "사적 시간·공간 달라"…수낵 총리 "부당한 대우, 사생활 보장받아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찰스 3세 영국 국왕에 이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왕실 핵심 인사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도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국 왕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두달간 소셜미디어를 통한 온갖 루머 확산에 러시아발 사망설 가짜뉴스, 의료기록 유출 시도까지 겪은 영국 왕실은 왕세자빈이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며 사생활 보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왕세자빈은 22일(현지시간)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영상을 통해 육성으로 직접 밝혔다.
지난 1월 중순 복부 수술을 받은 왕세자빈은 수술 후 검사에서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42세인 케이트 왕세자빈은 왕실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려온 인물이다. 여론조사에서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는 물론이고, 남편인 윌리엄 왕세자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보여왔다.
유복한 평민 가정 출신으로 윌리엄 왕세자와 동갑내기 대학 캠퍼스 커플로 사랑을 키웠고 결별한 적도 있으나 2011년 결혼에 골인했다.
우아하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았고, 무엇보다 조지(10) 왕자 등 세 남매의 어머니로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윌리엄 왕세자의 부모인 찰스 3세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떠들썩한 이혼을 겪었고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요절했기에 화목한 왕세자 가정은 더욱 주목받았다.
그러나 왕세자빈과 미디어의 관계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왕세자 부부와 동생 해리 왕자·메건 마클 부부간 불화설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오르내렸고, 이번에 복부 수술 후 왕세자빈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위중설, 부부 불화설 등 온갖 루머가 떠돌았다.
지난 10일 공개한 가족사진은 조작 의혹이 제기돼 왕세자빈이 편집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17일 보도된 외출 영상은 대역설까지 떠돌면서 왕실이 소셜미디어 시대에 가짜뉴스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왕세자빈이 치료받은 병원의 직원들이 왕세자빈의 의료 기록에 접근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보보호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먼저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가 서거했다는 가짜뉴스가 러시아 채널과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왕세자빈은 이날 영국 왕실로서는 아주 드문 방식으로 영상을 통해 직접 암 치료 사실을 공개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절 예배에 참석한 이후 거의 석 달 만이다.
왕세자빈은 자신에게도 암 진단이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고백했고, 어린 자녀에게 엄마는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인정에 호소했다.
이번 공개 시점도 세 자녀의 방학이 시작돼 대중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왕실은 물론이고 영국 정계도 나서서 사생활 보호를 촉구했다.
왕세자 측인 켄싱턴궁은 화학요법이 지난달 말 시작됐다는 것 외에는 암의 종류나 단계, 치료 병원 등 더 이상의 정보는 일절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왕세자빈에게 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달라면서 치료 중 과도한 취재를 삼가달라고 강조했다.
리시 수낵 총리도 "최근 몇 주간 왕세자빈은 집중된 관심을 받았고 전 세계의 특정 미디어 부문과 소셜미디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건강에 관해서라면 다른 모든 이들처럼 왕세자빈도 치료에 집중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사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어떤 암 진단도 충격적이겠지만, 우리가 몇 주간 봐온 끔찍한 추측 속에서 그 뉴스를 접하는 스트레스의 가중은 상상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영국 언론도 동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커밀라 토미니 텔레그래프 기자는 "품위 있는 왕세자빈과 역겨운 온라인 트롤 사이에 극명한 대비가 보인다"며 "케이트의 행방을 묻는 광풍 속에서 상처를 주는 음모론을 퍼뜨린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썼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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