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조항 지나치게 모호…의도치 않게 위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반정부 행위 처벌을 강화한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여행자들도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입법회(의회)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국가 분열과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39가지 안보 범죄와 이에 대한 처벌을 담은 국가보안법(기본법 23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법이 이날 0시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보안법은 특히 외부 세력과 결탁하면 최대 14년, 외세와 함께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퍼트리는 등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도 1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세란 해외 정부와 정당, 국제기구,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해외 기관, 이들과 연계된 기구 및 개인을 말한다.
하지만, 처벌을 위한 외세와 결탁이 '불법적 의도'와 '부적절한 수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고 하는 등 문구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광범위하게 정의되고 모호한 조항이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 정보를 주고받을 권리 등 국제 인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광범위한 행위를 범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잔즈훙 대만·홍콩경제문화합작책진회 이사장은 "외국인의 홍콩 여행과 비즈니스가 모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FSB)도 세부 사항이 불명확하고 모호한 부분이 매우 많다면서 홍콩 여행 주의를 당부했다.
홍콩으로 여행하려는 대만인은 과거 홍콩 입경 당시 조사당한 전례나 중국의 정치, 경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는지 여부를 미리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도 홍콩 국가보안법이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면서 여행자들이 의도치 않게 법을 위반할 수 있다며 여행 주의보를 내렸다.
또 기소 없이 구금될 뿐 아니라 변호사 접견도 거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 통과 이후 홍콩에서 기밀 유출 등에 대한 단속이 '반간첩법'을 시행 중인 중국 본토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기업은 홍콩에서 철수하고 있다.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홍콩인의 자유가 박탈되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도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법은 중국이 홍콩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2020년 제정한 홍콩보안법을 보완하는 성격이다. 홍콩에 두 개의 안보 관련 법안이 시행되게 된 것이다.
이전 한 개 법안 시행 때도 공공장소에 '홍콩을 해방하라' 같은 정치적 구호를 외치거나 게시하는 행위, 영국 국가 연주 등이 대만 본토문제위원회 금지 목록에 올랐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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