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실업자·학생까지 출산휴가급여…한국은 일해야 지원
전문가들 "육아휴직·급여 획일적…고용보험 체계 개편 필요"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송정은 기자 = 임금근로자 중심인 한국의 육아휴직·출산휴가 제도와 달리 유럽은 직장인·자영업자 구분 없이 모든 부모를 포괄하는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가 고용보험을 토대로 설계된 반면 유럽 등 선진국은 건강보험이나 별도 사회보험 체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 지원 폭을 넓히는 고용보험 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 프랑스·독일 출산급여 재원은 건강보험…모든 부모가 지원 대상
24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한 자녀 돌봄 시간정책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다수는 건강보험 가입 여부가 출산휴가 급여의 자격 기준이다.
건강보험은 경제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자격이 주어지는 고용보험보다 통상 가입자가 더 많다.
독일의 모성휴가는 우리의 출산휴가와 비슷하다. 자영업자를 포함해 건강보험에 가입돼있는 모든 노동자와 실업자가 지원 대상이다.
모성휴가급여는 의료보험기금에서 지원하는 모성급여와 고용주가 주는 보조금으로 구성되는데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주가 없기 때문에 모성급여만 받을 수 있다.
독일의 '부모시간'과 '부모수당'은 한국의 육아휴직과 육아휴직 급여에 해당한다. 직접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독일 거주인이라면 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부모시간을 보장받고 부모수당도 받을 수 있다.
부모시간은 자녀가 8세가 될 때까지 3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부모수당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소득 활동을 할 수 없지만 주당 최대 30시간까지 일하는 것은 허용된다. 장기간 휴직이 어려운 자영업자 등을 배려한 조치다.
부모수당 급여의 평균 소득 대체율은 65%다. 출산 전에 소득 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월 소득이 300유로보다 적으면 하한액인 300유로를 지급한다.
당초 독일의 육아휴직 제도는 지급액이 낮고 여성에 이용이 편중되는 등 저출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2001년 대폭 개편된 뒤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프랑스는 출산휴가 때 일해도 급여…장기 휴업 어려운 자영업 배려
프랑스의 모성휴가는 국민건강보험기금에서 지원한다. 육아휴직·급여는 '가족수당기금'이라는 별도 기금이 재원이다.
지원 조건이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실업자까지 모성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모성휴가 급여는 소득의 100%이며 상한액은 2020년 기준 월 3천428유로(약 496만원)다.
자영업자가 모성휴가 급여를 받으려면 최소 112일 동안 일을 할 수 없다. 다만 직장인과 달리 장기간 휴직이 어려운 자영업의 특성을 배려해 파트타임 근무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육아휴직을 쓰려면 휴업을 신청해야 한다. 휴업은 2년까지 가능하며 이 기간에는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출생수당, 육아·보육수당 등을 받을 수 있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육아 정책 대상이 더 포괄적이다.
육아휴직은 우리나라의 출산휴가까지 포함된 개념으로 재원은 '부모보험'이라는 별도 사회보험에서 충당한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구직자·학생들까지 모든 부모가 최소한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는 실업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나 자영업자는 원칙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출산휴가·급여는 2019년부터 1인 자영업자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1명이라도 고용하면 지원이 제한되는 등 여전히 직장인이 중심이다.
육아휴직·급여는 직장인 가입자에 더욱 한정돼있다.
특수형태고용(특고) 노동자·예술인은 고용보험에 가입해도 육아휴직·급여 혜택은 받을 수 없다. 특고 노동자의 보험료율은 0.8%로 직장 가입자(0.9%)와 큰 차이가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근로자는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육아휴직 개념이 명시돼있지만 자영업자는 업태가 다양해 통일된 휴직 개념이 없다"라며 "당장 자영업자에 육아휴직 적용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 "육아휴직 방식 획일적…출산급여 기준 완화해야"
최근 정부 지원으로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 혜택이 확대되고 있지만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한 구조는 바뀌지 않는 탓에 자영업자는 줄곧 사각지대에 방치돼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육아휴직·출산휴가 제도는 애초 일하는 여성들이 출산 이후 직장을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래서 여성 직장인을 시작으로 직장가입자 중심으로 지원이 확대됐고 재원도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됐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국가·사회가 함께 출산·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 지원을 고용보험 가입과 무관하게 모든 부모가 누려야 하는 '돌봄권'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출산휴가·급여는 국민 건강 측면에서 보장할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을 완화하거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하는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육아휴직·급여는 부모보험 등 별도의 사회보험 체계를 도입하거나 재정을 투입해 보조하는 방식 등으로 고용보험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육아휴직·출산전후휴가 제도는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제도적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라며 "일반회계 지원을 확대하거나 건강보험을 활용하는 등 고용보험기금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캐나다 퀘벡주(州)는 육아휴직을 짧게 쓰면 급여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있다"라며 "우리 육아휴직 방식은 너무나 획일적이고 일원주의적"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현재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특고·자영업자까지 확대하고 보험 체계 기반을 임금에서 소득으로 전환하는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올해 1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4만8천명에 불과하다. 통계청 2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기준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 인구는 628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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