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들, 러·우크라 국경 넘으려 해…우크라측과 접촉"
검거된 도주 차량서 권총·소총 탄창 발견…"타지키스탄 여권도"
용의자들, 인화성 물질로 건물 방화 추정…사망자 중 어린이도 3명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최인영 김동호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를 벌인 용의자들이 체포됐다고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명 가까이로 늘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전날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해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FSB는 이런 내용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추가 공범을 가려내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구성한 사건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FBS는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이와 관련, 러시아 하원(두마) 정보위원장 알렉산드르 힌시테인 의원에 따르면 당국은 이날 새벽 러시아 남동부 브랸스크 지역에서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하던 르노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경찰에 쫓긴 차량이 전복되며 1명은 현장에서 검거됐고, 다른 1명은 인근 지역 수색 결과 오전 3시50분께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용의자들 사이 총격전이 벌어졌다.
차량에서는 마카로프 권총, AK-47 소총의 개량형인 AKM 돌격소총 탄창, 타지키스탄 여권 등이 발견됐다고 힌시테인 의원은 언급했다.
다만 타지키스탄 외무부는 자국 국적자의 이번 사건 연루 여부와 관련해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
러시아 당국이 구성한 사건 조사위원회는 현재까지 테러로 숨진 이들이 총 93명이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이날 오전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최소 3명 포함됐다.
러시아 정보당국 관계자는 테러 발생 보름 전 미국이 모스크바에서 테러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줬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세부적인 정보는 없었다"고 언급했다고 스푸트니크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니콜라이 페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번 공격은 테러가 러시아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대량 살인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저녁 모스크바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 최소 3명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테러범들은 총기 난사 후 인화성 액체를 뿌려 공연장 건물에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초반 4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부상자 중 위중한 이들이 많아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IS 전투원들이) 수백명을 죽이거나 살해하고 해당 장소를 크게 파괴한 뒤 무사히 기지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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