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러시아의 한 공연장에서 수천 명이 모인 콘서트 직전 무장 괴한들에 의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가 벌어졌다. 22일 저녁(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일어난 이 테러로 지금까지 사망자만 총 133명에 이르고 있다. 일부 현지 매체는 143명 이상이 숨졌다고 전하고 있으며, 희생자 수색이 계속 진행중에 있어 사망자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수백명의 부상자까지 끔찍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무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비열한 테러이자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야만적 공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사건은 어린이와 교사들을 인질로 삼은 체첸 반군과 러시아군의 충돌로 3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2004년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사건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로 꼽힌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이달 3일 코카서스 지역의 러시아 연방 소속 자치공화국인 잉구세티아에서 작전을 벌여 IS 소속으로 의심되는 무장세력 조직원 6명을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아무런 잘못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런 끔찍한 행위를 벌였는지 신속히 조사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사건 하루 만에 모스크바 남서쪽 브랸스크 지역에서 핵심 용의자 4명을 검거하는 등 총 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의자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강력히 부인하며 오히려 러시아 특수부대의 자작극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미국은 IS 소행임을 못 박고 있다. 여기에 IS는 이번 테러를 주도했다는 네 명의 용의자 사진을 23일 공개하며 자신들 소행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배후부터 명백히 밝히는 것이 우선 시급해 보인다. 다만 불행한 이번 사건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있어선 안 된다.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이 몇 주 전부터 러시아에 테러 위험을 경고해 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번 테러를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에 대한 공동 대처는 인류의 보편가치를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는 당위적인 일이다. 국제정세 변화와 무관하게 각국 간에는 긴밀한 정보 교환과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테러 행위 가해자들과 후원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법의 심판에 적극 협조를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한국도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극단주의 테러를 차단하고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에 더욱 적극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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